[기자수첩]"스팩, 상황 달라지니 나 몰라라?"

[기자수첩]"스팩, 상황 달라지니 나 몰라라?"

황국상 기자
2011.01.25 16:55

"정보통신(IT) 바이오기술(BT) 등 전도유망한 기업이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이하 스팩)라고 하는 돈 덩어리가 이미 기업공개(IPO)를 거쳐 상장돼 있어서 합병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홍영만 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2009년 9월28일 브리핑 중)

국내에 스팩이 처음 도입된 2009년만 해도 우리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2006년 65곳, 2007년 74곳에 달했던 신규상장 기업의 수는 2008년 49곳으로 고꾸라졌고 2009년 들어서도 68곳에 불과했다. 그만큼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버거웠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넘나드는 요즘 볼 때는 '호랑이 담배 태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워진다. 더구나 규모가 작은 기업은 직접 IPO를 통해 증시에서 돈을 조달하기도 힘들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장치가 바로 '스팩'이었다.

금융위의 말마따나 이른바 '상장돼 있는 돈지갑'인 스팩이 비상장사를 합병하면 해당 기업들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돈을 쥘 수 있다. 증시에서도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니 활력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어서 이래저래 기대가 컸다.

그런데 증시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실적 호전과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가가 뛰어올랐다. 증시가 살아나니 새로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도 생겼다.

하지만 '증시 선순환'이 거꾸로 스팩에는 독이 되고 있다. 정부가 굳이 스팩에 공을 들일 이유가 적어진 것이다.

지난해 3월대우증권스팩미래에셋스팩1호등이 상장된 이후 지금까지 총 22개 스팩이 증시에 상장됐지만 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합병 성사는 커녕 진행중인 건수도 없다. 되레 5개 스팩이 진행하던 합병이 무산됐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머니투데이 1월 24일 보도 참조)

스팩 담당자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갑작스레 비상장사 가치산정 방식을 종전보다 까다롭게 한게 큰 변수가 됐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비상장사 가치가 과대포장되면 스팩 주주가 더 손해이며 스팩 최대주주들이 비상장사와 부당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장세를 고려하지 않고 너도나도 스팩을 만드는 증권사가 되레 문제"라는 당국의 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1년 반전 금융위는 브리핑에서 자신한 적이 있다.

"부실기업이 우회상장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고 스팩 최대주주와 비상장사와의 부당거래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고.

"감독당국이 화장실 갈 때와 올 때 마음이 다른것 같다"는 스팩 관계자의 볼멘소리를 억지라고만 볼일은 아닌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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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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