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현재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우려의 핵심은 '인플레이션→긴축정책 강화→경제성장 둔화' 가능성이다. 특히 국내외 물가 급등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 비용을 높임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은 주식시장 내 외국인을 순매도로 선회시키고 코스피의 변동성 확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은 다소 과대한 것일 수 있다.
우선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수요측면이 아닌 식품 등 공급측면에서의 비용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공업제품보다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에 기인하고 서비스부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폭설, 구제역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고공비행을 지속하자 우리나라도 신흥국들과 동일한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소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은 12%대에 불과하다. 40%를 넘어선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점진적으로 우리나라 증시는 신흥국 증시의 하락과 차별화될 수 있다.
2010년 기준 세계 7위의 우리나라 수출액은 예상보다 건재할 것이다.
2010년 12월 우리나라의 수출액 대비 원자재 수입액 비중은 53%이다. 100원어치 수출해서 53원을 원자재 수입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71.5%와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 여전히 양호하고 이에 따라 수출주도 우상향하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수출 채산성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원자재 수입품목별 비중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2010년 12월 현재 원자재 수입 비중을 보면, 원유를 포함한 연료 비중이 50%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원당 등 경공업원료, 구리를 포함한 비철금속의 비중은 각각 3.5%와 5.1%에 불과하다. 원유가격(두바이유 기준)이 2008년 최고치(2008년 7월 4일 배럴당 140.7달러) 대비 30%정도 가격이 낮다는 점이 우리나라의 수출 채산성을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환율도 수출 채산성 유지에 힘을 실어줬다. 2009년 이후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의한 기조적인 원화강세로 수입단가 하락과 함께 수출액 대비 원자재 수입액 비중이 하향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출 전망은 수요 측면에서도 부정적이지 않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대내외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다. 중국의 수입 증가율은 2010년 2월 이후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같은 해 하반기초 바닥을 확인하고 점진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해 올해 1월 51%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중국의 수입 증가율과 강한 정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93)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1월 중국의 수입 증가율 급등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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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특히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부문의 견조한 성장세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에 대한 전망을 지지해 줄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를 지배할 수 있다. 그러나 1분기 말부터 2분기 초 이후 동절기 계절성이 제거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될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에서 촉발되고 있는 우려감이 완화되기 시작할 때 국내 증시는 우리나라의 가계 소비 구조, 수출 전망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에 주목하며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준비하는 농부와 같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