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공개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내일의전략]공개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신희은 기자
2011.04.08 17:24

전날 3겹 악재에도 증시 '꿋꿋'… "앞으론 '물가' 대응 눈여겨봐야"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오기 일쑤다. 생각지 못했던 불행이 연이어 밀려들 때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설상가상'이란 말은 이럴 때 쓴다.

그러나 예고된 불행이라면 어떨까. 똑같은 일이라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충격은 훨씬 덜하다. 사전에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기치 못한 악재에 부닥쳤을 때, 시장은 휘청인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짐작했던 악재가 모습을 드러낼 때 시장은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공개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 설상가상 악재에도 '의연'=전날인 7일 국내증시에 3겹의 악재가 불어닥쳤다. "외부의 도움은 필요없다"고 공언하던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유럽중앙은행(ECB)는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게다가 일본 미야기현에서 강도 7.4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줄줄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악재에도 뉴욕과 유럽증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8일 국내증시도 의연한 모습을 과시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든든한 지지 역할을 하는 가운데 기관도 순매수로 화답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악재이기 때문에 충격을 피했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포르투갈 구제금융 신청은 재정위기의 스페인 확산이 우려되긴 했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로존의 출구전략도 당초 시장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일본의 강진도 시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연쇄적인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이미 수차례 언급된 바 있다. 3가지 악재 모두 만만치 않은 충격파를 던질 수 있었지만 시장은 이를 흡수해냈다.

◇"증시가 정말, 악재에 둔감해졌을까?"=해외는 물론 국내증시가 악재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재정위기, 금리인상, 자연재해 등의 굵직한 이슈에 시장이 둔감해진 것은 아닐까 의아할 정도다.

특히 최근 증시를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 증시가 중국 긴축정책, 해외국가의 재정위기, 재난 등에 점점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악재가 처음 불거진 이슈가 아닌 이상 내성이 생길 뿐 아니라 주가에 선반영된다고 설명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말에 올해초 불거질 악재로 중국긴축, 신흥국 인플레이션, 남유럽 재정위기 등을 예상했고 이것들이 모습을 나타냈을 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중동 정정불안과 일본 대지진의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즉 모든 악재에 둔감해졌다는 건 아니라는 것. 돌발 악재를 보는 '눈'을 길러야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명제는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돌발 악재로 유로존 금리인상 규모, 미국 조기 출구전략, 원화의 지나친 강세 등을 꼽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국제 원자재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물가'가 증시 화두가 될 수 있다"며 "물가 상승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별 금리인상, 가격통제, 통화가치 절상 흐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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