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LW 거래하는 게 범죄인가요?"

[기자수첩]"ELW 거래하는 게 범죄인가요?"

박성희 기자
2011.05.02 09:10

"전용선이 문제인가요, 전용선으로 빠르게 거래를 한다는 게 문제인가요? 아니면 전용선으로 스캘퍼가 주식워런트증권(ELW)을 거래한다는 게 문제인가요?"(A증권사 관계자)

"불법과 합법의 차이는 감나무가 담벼락 밖에 있나 안에 있나 차이입니다. 담벼락이라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게 과연 타당한지 의문입니다"(B증권사 파생 애널리스트)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ELW를 남보다 빨리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일부 '검은 머리 외국인'은 지금도 같은 수법으로 하고 있다는데 왜 그들은 수사망에서 자유로운 거죠?"(전업투자자 C씨)

ELW 불법거래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일부 스캘퍼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뤄졌지만 시장에선 논란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어느 주식시장에서든 오랫동안 존재해온 스캘퍼와 이미 공공연하게 사용돼 온 전용선, 그리고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한 ELW 시장 사이의 연결고리가 어지럽게 얽혀있는 까닭이다.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대규모로 거래하는 스캘퍼는 한국보다 ELW가 먼저 도입된 홍콩 증시에도, 국내에서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옵션시장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용선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들은 오래 전부터 일부 기관투자가에 통합전산기 외에 별도 주문처리장치를 내주는 '서비스'를 관행적으로 해 왔다. 기관 뿐만 아니라 고액 자산가도 증권사에 전용회선을 요청하면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비밀'이다.

스캘퍼가 잦은 매매로 시장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전용선이 더 많은 '재화'를 주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는 'PB서비스'와 다를 바가 없다는 시각에도 유독 ELW시장에서 '범죄'처럼 낙인돼 버린 건 단기간 급성장한 ELW시장에서 특정 주체가 이익을 독점했다는 이유가 크다.

2005년 말 처음 도입돼 5년만에 하루 2조원 가량 거래되며 세계 2위 시장으로 떠오른 국내 ELW시장에서 소수의 스캘퍼가 많은 이익을 가져갔고, 유동성공급자인 증권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저 ELW의 화끈한 수익률에 끌린 개인만 그 사이에서 상품구조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는 ELW가 명백히 옵션 구조를 가진 파생상품임에도 일반 주식계좌로 접근이 가능했다는 점도 일조했다.

시장에선 스캘퍼와 증권사 직원간 2억원의 금품이 오갔다는 사실 외에 전용선 사용 등의 위법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동시에 사법당국이 이제껏 관행으로 여겨졌던 모호한 정의와 규정에 어떤 기준을 세워줄 지 관심 역시 높다.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빠르게 몸집이 불어난 ELW시장이 '개인들의 무덤', '여의도의 카지노'라는 오명을 벗고 건전한 시장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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