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빛 못본' 3색 신호등

[기자수첩]'빛 못본' 3색 신호등

류철호 기자
2011.05.25 07:55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색 신호등'이 우여곡절 끝에 도입 추진 2년여 만에 사실상 전면 폐지됐다.

경찰은 2009년부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손을 잡고 해외시찰까지 다니며 의욕적으로 3색 화살표 신호등 도입을 추진했지만 낯선 신호체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경찰은 과거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4색 신호등 체계에 대한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도입 근거가 마련되면서 탄력이 붙은 신호등 체계 개선작업은 지난달 서울 도심 교차로 11곳을 포함해 전국의 주요 교차로 53개소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등 순풍에 돛을 단 듯 발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경찰은 확대 시행을 코앞에 두고 암초를 만났다. 대국민 홍보를 게을리 한 게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 것이다.

경찰은 초기 추진 단계부터 줄곧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왔지만 정작 여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3색 신호등 도입 계획은 확대 시행의 마지막 관문이던 시민 공청회에서 적잖은 반대 여론에 발목을 잡혀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2년간 들인 공과 혈세로 충당된 거액의 예산을 생각하면 너무도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도입 계획을 철회한 이유를 '부정적인 여론' 때문이라고 밝히고 업무 추진에 있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여론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한 사실을 자인했다.

다만 새로운 신호등 체계가 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며 국민을 향한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의 항변도 이유는 있어 보이지만 어찌 됐거나 이번 사례는 우리 공직사회에 만연한 '탁상행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민주사회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나 정책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경찰은 이번 일을 교훈삼아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위할 때 국민도 경찰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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