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반드시 주가에 호재?

M&A, 반드시 주가에 호재?

박성희 기자
2011.05.30 07:32

[新공시읽기21-인수·합병]소규모 합병은 매수청구권 없어..주가와 합병비율 괴리는 차익거래 기회

지난 해 11월 16일하나금융지주(108,800원 ▲100 +0.09%)가 론스타펀드로부터외환은행지분 51%를 인수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비록 인수 합병 첫 단계인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를 맺은 데 불과했지만 이날부터 하나금융의 주가는 7일 연속 23.7% 상승했다. 3만2000원대였던 주가는 3만9700원까지 오르며 4만원 돌파를 눈 앞에 뒀다.

이후 오름세를 타던 하나금융의 주가는 이달 13일 가격제한폭까지 미끄러졌다.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유보키로 하면서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돈으로 회사를 통째로 사고 파는 인수·합병은 자본주의 시장 거래의 하이라이트이고, 주가에도 메가톤급 재료다.

흔히 인수·합병은 하나의 개념으로 사용하지만 두 개 이상의 기업이 결합돼 한 기업으로 바뀌는 건 '합병',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자산 또는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획득하는 건 '인수'다.

적대적 인수·합병은 대개 장내외에서 일정 지분을 먼저 확보한 뒤 시장에서 나머지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5%룰에 따라 지분변동 신고가 먼저 이뤄진 뒤 공방전이 벌어지고 마지막으로 주총에서 승패가 결정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같은 적대적 인수·합병은 흔하지 않다. 대부분 합병은 두 기업간 은밀한 작업이 진행된 뒤 최종 협상 결과가 공개된다.

◇ 합병비율 따라 주주 재산가치 급변동

화학제품 전문업체인KPX화인케미칼은 지난 4월 산업용 가스 및 증기 제조업체인 에이치플러스하이코(비상장기업)을 1대 0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합병비율이 1대 0이라는 건 기존 회사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인수 기업이 그냥 회사를 가져간다는 말이다. 에이치플러스하이코에 대한 가치산정 결과 자본 잠식돼 자산가치나 본질가치가 마이너스로 나왔기 때문이다. 인수 기업측에선 당연한 결정이지만 합병되는 쪽 주주로선 기막힐 일이다.

이처럼 자산가치와 이에 따른 합병비율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주주들의 재산가치가 크게 변하기 때문에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방법은 엄격히 정해져 있다.

진로와 하이트맥주 합병 공시(표)에서 보듯, 두 회사 모두 증시에서 거래되는 경우 시장가격(합병비율 및 산출 근거)으로 결정된다. 기준 주가가 없는 비상장·등록법인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가중산술평균 가격과 상대가치의 산술평균 가격, '(가중산술평균 가격 +상대가치)/2'로 기준가격을 구해 합병비율을 산정한다.

여기서 자산가치는 '순자산/발행주식총수', 수익가치는 '주당추정이익(향후 2사업년도 추정이익을 3:2로 가중평균)/자본환원율(기업의 차입금 가중평균 이자율의 1.5배 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할인율(10%)' 중 높은 비율)이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회사는 반드시 회계법인이나 증권사 등의 평가를 거쳐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

◇ 소액주주 최대 관심사는 매수청구권

합병은 대부분 회사의 경영진이나 최대주주 간에 은밀히 협상이 이뤄져 전격 발표된다. 이 과정에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는 없다. 그래서 사후적으로나마 매수청구권을 통해 '대접'을 해준다.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 비용이 너무 많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성공하더라도 두고두고 후유증을 겪는 수도 있다. 2000년 LG전자와 LG정보통신의 합병 당시 두 회사를 합쳐 1조122억원이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갔다.

모든 합병에 매수청구권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소규모 합병의 경우 합병 주체가 되는 기업은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가능하고, 주주들에게 매수청구권도 부여되지 않는다. 여기서 소규모 합병이란 합병기업이 발행하는 신주가 전체 발해주식 수의 5%를 초과하지 않고 피합병법인 주주에게 지급하는 합병교부금이 합병법인 순자산의 2%를 넘지 않는 경우(상법 527조의 3)에 해당한다.

2002년 1월 SK텔레콤에 합병된 SK신세기통신의 기업가치 평가 논란은 소규모 합병과 일반 합병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상장기업인 SK텔레콤의 기준가치는 시장가격으로 결정됐지만 SK신세기통신은 비공개기업이어서 회계법인의 평가를 받았다. 만약 SK신세기통신의 주식가치가 SK텔레콤 발행주식 주의 5%를 넘게 되면 SK텔레콤은 주총을 열어야 하고, 자사 주주들에게도 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했다.

당시 SK신세기통신의 가치를 저평가하려는 SK텔레콤과 조금이라도 많이 받으려는 SK신세기통신 소액주주들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기대대로 SK신세기통신의 주당 가치가 1만2000원으로 낮게 평가됐고, SK텔레콤 발행주식의 5%를 넘지 못해 소규모 합병 기준을 충족, 이사회의 합병 결의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존속회사가 소멸회사 주식의 90%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도 간이합병으로 분류돼 소멸회사의 주총을 열 필요가 없다.

◇ 합병기업 중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라

포스코그룹 내 포스데이타와 포스콘이포스코 ICT(30,350원 ▼1,150 -3.65%)로 재상장되자 재상장 첫 날인 2010년 2월 16일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뛰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계열사간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 속에 시가총액도 단숨에 7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이처럼 시너지 효과를 노리자는 게 합병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합병은 주가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합병에 이르게 된 상황이나 치러야 할 가격, 합병대상 기업 등 상황에 따라 주가 향방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부실기업을 억지로 떠안는 경우에는 거꾸로 주가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합병신고서 제출일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결정된 다음에도 '주총→매수청구→합병등기'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합병이 이뤄지기까지는 3~4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기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두 회사의 상대가치가 합병비율에 비해 높거나 낮게 벌어지기 때문에 '차익거래'도 투자의 방법이 된다.

합병 후 기업의 장래성에 대한 확신이 든다면, 두 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사두면 합병 후 다른 종목 주식을 샀을 때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내달 10일신세계(332,500원 ▼4,500 -1.34%)가 백화점과 할인점 이마트로 분사, 각각 재상장하게 되면서 증권업계가 신세계와 이마트 중 어떤 종목이 더 오를지 전망을 쏟아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수 선물과 마찬가지로 합병기일이 가까워지면 괴리율이 좁혀지면서 주가 비율도 합병비율에 수렴하는 게 보통이다. 때문에 외국인은 인수 합병을 앞둔 두 기업의 합병 비율과 현 주가비율의 차이를 계산해 주식매수에 나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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