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의도에 흐르는 탁류

[기자수첩]여의도에 흐르는 탁류

엄성원 기자
2011.06.23 16:53

'꾼'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수수료만 챙기는 증권사, 용역을 발주하고 뒷돈을 받은 한국거래소 직원...여의도 증권가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23일 주식워런트증권(ELW) 전문 거래꾼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의 불법적인 매매 행태와 관련, 12개 증권사의 대표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소환 대상 증권사 대표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의 사장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관행'이고 '과장'일수도 있다.

증권사들은 칼날을 너무 높이 들어 올렸다며 검찰의 대표 소환에 불만을 드러냈다. 관행처럼 해오던 일로 대표까지 소환하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개미들만 당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ELW 투자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들어갈지는 모를 일이다.

관행이든 아니든 '스팰퍼'(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시각에서는 '꾼'이다)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고 증권사도 상당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이 때문에 '꾼'이 아닌 일반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는게 검찰의 시각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정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것 같다.

금융기관이라면 모두가 다 하는 '관행'이라 할지라도 만의 하나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지 다시 한번 따져 봤어야 한다. 대표가 소환되고 기소까지 된게 과하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검찰이 왜 증권사의 얼굴인 대표에게까지 칼날을 겨눴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일이다.

같은날 경찰은 공시책임자 연찬회 용역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챙긴 혐의로 거래소 팀장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금품은 다시 연찬회에 참석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구 관계자들의 접대비로 사용됐다는게 경찰의 수사결과이다.

접대비 문제에 연루된 기관들도 연찬회에 참석한 인사들의 항공료나 호텔비, 골프비용을 모두 '상납'으로 보는 것은 과장됐다는 표정이다. 겉으로 반발하진 못하지만 몇년 전 일이 이제야 문제되는 게 억울하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사실 민간과 정부의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보태지면 사정기관들이 사소한 꼬투리까지 들춰내는 모습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4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지 문제의 소지가 없었던 게 아니다. 볼 멘 소리보다 스스로 문제를 솎아내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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