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시안정기금'의 기억

[기자수첩]'증시안정기금'의 기억

김성호 기자
2011.08.10 08:22

"또다시 증시안정기금이 조성되는 건 아닌지..".

증시가 또다시 급락을 재현한 9일. 한 중형증권사 사장은 기자와 얘기를 나누던 중 증시안정기금(이하 증안기금) 얘기를 꺼냈다.

코스피가 장중 한 때 1700선이 무너지고, 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자 증시에서는 증안기금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증안기금은 자본시장 개방 조치가 이뤄진 1990년, 증권사를 비롯해 은행, 보험, 상장기업 등 636개사가 추락하는 증시를 살리고자 자금을 투자해 조성한 기금이다.

당시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증시는 무기력하게 폭락하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은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모아 증시에 투입했다.

증시 인프라와 매수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당시, 대형 상장사라는 이유만으로 민간기업들이 호주머니까지 털어야 했다.

다행히도 증안기금은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1996년 사실상 청산이 됐다. 하지만 일부 참여사는 투자원금 외 잉여금을 받지 못해 소송까지 벌이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해 2월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 20년 만에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내 주식시장은 증안기금이 조성된 이후 21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 급성장을 이뤘다. 비단, 주식 뿐만 아니라 뒤늦게 도입된 파생상품거래는 전세계에서 최고 위치에 올랐다. 물론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규정이나 전산시스템 등 각종 인프라도 발전을 이뤘다. 한국증시는 이제 '선진국 지수' 편입이 거론되기에 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로 국내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20년 만에 사라진 증안기금이, 소멸 1년도 안 돼 또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증권 유관기관, 업계는 잇달아 긴급 회동을 갖고 증시부양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국거래소 등 주식시장과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유관기관들이 증권안정펀드를 조성해 시장의 '안전판'으로 나선 적이 있다.

이들은 증시 시스템과 시장 상황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는 '공공적 성격'의 기관이라는 점에서 과거 '증안기금'과 성격은 다르다. '패닉'의 절정기에 주식을 사들인 덕에 수익률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 부양을 위해 또 다시 '십시일반' 나서야 하는 현실은 시장개방 이후 21년의 세월을 허망하게 만든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돼야 하는지' 좀 더 근본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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