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기업의 사회적 평판과 골드만삭스

[경제 2.0]기업의 사회적 평판과 골드만삭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기자
2011.09.26 10:14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위상이 최근 눈에 띄게 흔들린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미 증권거래위(SEC)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후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2011년 3분기에는 골드만삭스가 사상 두 번째로 분기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명 경력관리회사는 골드만삭스가 '가장 만족스런 은행'의 1위 자리를 JP모건에게 내주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위기는 금융사의 사회적 평판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14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드만삭스는 부러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우수한 인재와 최고의 고객을 보유한 이 회사는 강력한 정치적 커넥션까지 보유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최대로 활용해 극도의 고수익을 올리며 시장을 지배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에는 자본이 거의 잠식되었지만 루즈벨트 대통령과의 친분과 뉴딜 작업 동참으로 1등 금융사의 기반을 닦았다.

골드만삭스는 1940년대 후반 월스트리트 금융사들끼리 담합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과 스스로 변화해 잘 극복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다른 투자은행들이 도산위기에 처했을 때에 골드만삭스는 창립 이래 최대인 114억 달러의 순수익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였냐는 의문이 정치권과 사회에서 제기되며 골드만삭스의 위기는 시작됐다.

1930년대 공황 수준으로 확대된 미국 소득양극화의 원인으로 금융자본의 탐욕성이 지적되었다. 대표주자인 골드만삭스는 정치·사회적으로 고립됐다. 지금 미 행정부 내에는 골드만삭스를 옹호해주는 고위 공직자를 찾기 어렵다. 클린턴 행정부에는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부시 행정부 하의 헨리 폴슨 재무장관,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프리드먼 국가경제자문위 의장 등 골드만삭스와 정부 사이를 오갔던 인물이 있었다. 오바마 정부에는 이런 고위 공직자가 없다.

2009년 골드만삭스 CEO 블랭크페인이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임직원에게 지급하면서 "우리는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가 시작된 이후로 단 한 번도 붕괴의 위험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 말이나 "우리는 신의 일을 하고 있다" 등의 발언은 사회적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2009년 미 의회와 증권거래위(SEC)가 골드만삭스의 금융위기 전 파생상품 생산과 거래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지난해 4월 SEC는 골드만삭스에 10억 달러짜리 소송을 제기했다. '불리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겨 투자자에게 거액의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였다. 올 4월 미 상원 상설조사위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6월에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뉴욕검찰의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달에는 전국신용조합감독청, 이번달에는 미 연방주택금융국 등의 고발이 잇따랐다.

사회적 평판은 실적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수합병 당사자들은 골드만삭스가 아닌 다른 투자은행을 인수합병 자문사로 선정했다. 올 1분기 미국 기업 인수합병 자문분야에서 골드만삭스는 10위라는 참혹한 성적을 거뒀다. 언론과의 관계도 문제였다. 골드만삭스는 현직뿐 아니라 전직 임직원의 언론접촉도 강력하게 막았다. 대중들은 골드만삭스의 행태에 의문을 가졌다.

골드만삭스에 대한 시련은 경영진의 사퇴 없인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로치데일 증권은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가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지 않는 한 검찰과 정치권의 압박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인간의 탈을 쓴 거대한 흡혈 오징어'라 불리며 비난을 받고 있는 골드만삭스의 예는 기업의 사회적 평판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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