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점' 수능 공언에도 고3교실 '부글부글'

'1% 만점' 수능 공언에도 고3교실 '부글부글'

최중혁 기자
2011.10.19 11:18

올해에도 고3 학교 현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쉬운 수능'을 예고했다가 실제로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불만이 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에는 '정말' 쉽게 출제한다"며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지만 학교현장 분위기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쉬운 수능'의 함정= 교과부는 지난해 수험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이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수능-EBS 70% 연계' 정책을 발표했다. 학교 공부에 EBS로 보충만 하면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입시현장은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70% 연계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높았고, "정부에 속았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수능-EBS 연계정책'에 대한 철회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올초 교과부는 철회 대신 '만점자 1%'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 수능-EBS 연계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능 영역별 만점자가 1%가 나올 정도로 "올해에는 '반드시' 쉽게 내겠다"는 발표였다.

이 또한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수시모집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졌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사소한 실수에서도 당락이 갈린다고 여긴 수험생들이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보험 격으로 수시에 대거 몰렸다.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수도권 33개 대학의 수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33.3대 1로 지난해 26.6대 1보다 크게 상승했다. 전년대비 수시 비중이 확대(61.6%→62.1%)됐고, 수능 응시생 수가 증가(1만9000여명)했음에도 경쟁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수험생 1명당 평균 4~5곳 지원하다가 올해에는 6~7곳이나 지원했다는 의미다.

수시 경쟁률이 높아진 데에는 '수시 미등록 추가모집' 영향도 컸다. 작년까지는 중복합격에 따른 미등록 정원이 정시로 이월됐지만 올해부터는 추가모집 기간이 설정돼 정시 이월 인원이 없다. 이는 정시모집 정원 감소를 의미해 수험생들의 수시지원 '폭발'을 불러왔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입학처장은 "이른바 '물수능' 예고와 수시 추가모집 신설로 올해 수시모집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며 "논술 채점 부담이 커 교수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수시도 재수생 유리…"재수 내몰려"= 수시모집 경쟁률 상승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대학입시에서 재학생들의 경쟁력이 재수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3 수험생들은 지원한 여러 대학의 수시모집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아무래도 내신과 수능 준비에 소홀해지기 쉽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군데 원서를 낸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 반면 재수생은 내신준비 부담이 없고 지난해 실패의 경험을 보약 삼아 자신의 성적과 적성에 맞는 대학 및 학과에 선택과 집중을 해 재학생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2011학년도 입시에서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의 재수생 이상 합격자 비율은 50%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재수생 초강세' 현상을 보였다. 3~4년 전만 해도 수시는 고3 재학생들이 훨씬 유리했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은 역전됐다.

'쉬운 수능'이 수험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아니다. 수능의 변별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대학들은 저마다 논술 등 대학별고사의 난이도를 높였다. 최근 치러진 대학별 수시 논술고사에서는 정답이 있는 수학·과학 문제나 영어 지문,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는 문제 등이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혹케 했다.

입시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선 고3 교실에서는 재수를 고4로 부를 정도로 재수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정부의 쓸 데 없는 간섭과 잘못된 입시정책이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연말에도 교과부와 EBS, 평가원에 대한 원성이 자자할 것"이라며 "정부가 수능 난이도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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