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이후 성과부진에 환매 직견탄..미래에셋 공룡펀드 13개->1개 '멸종위기'
"그 많던 공룡펀드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몰아닥친 '펀드 빙하기'로 시장을 주름잡던 설정액 1조원 이상의 '공룡펀드(국내 주식형펀드)'들이 대거 자취를 감췄다.
2008년 이후 극심한 증시부침 속에 수익률 부진과 자금이탈로 명단에서 사라진 공룡펀드만 17개. 특히 업계 최다였던 미래에셋 공룡펀드들은 펀드 빙하기를 견디지 못하고 멸종위기에 처했다.
공룡펀드는 자산운용사를 대표하는 간판펀드로 회사의 평판과 운용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일 뿐만 아니라 국내 펀드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미래에셋 공룡펀드 13개->1개 멸종위기
2006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펀드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공룡펀드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8년 말 공룡펀드의 숫자는 20개에 달했다. 이들 공룡펀드의 총 설정액은 약 41조원으로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공모형 기준, 76조7405억원)의 53% 이상을 차지했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솔로몬', '3억 만들기' 등 무려 13개의 공룡펀드를 보유해 펀드 명가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외에 한국투신운용의 '삼성그룹주적립식1펀드', 삼성자산운용의 '마이베스트펀드', KTB자산운용의 '마켓스타펀드',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파워인덱스펀드', 한국밸류운용의 '10년투자펀드', 하이자산운용의 '지주회사플러스펀드', 칸서스자산운용의 '하베스트적립식펀드' 등이 공룡펀드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이들 공룡펀드 중 살아남은 펀드는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주적립식1펀드'와 교보악사운용의 '파워인덱스펀드파생상품펀드', 미래에셋운용의 '인디펜던스K-2' 등 단 3개에 불과하다.
특히 미래에셋운용은 13개 공룡펀드 중에서 12개가 사라지는 등 거의 멸종위기에 처했다. 덩치가 컸던 만큼 내상도 깊었던 것. 설정액이 2조3000억원이 넘었던 '미래에셋솔로몬주식1'은 4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나머지 펀드들도 대부분 설정액이 50~80% 이상 급감하면서 공룡펀드 명단에서 빠졌다.
생존한 공룡펀드도 내상이 컸던 건 마찬가지다. 설정액 3조7000억원으로 공룡펀드 중 가장 덩치가 컸던 한국운용의 '삼성그룹주적립식1펀드'은 현재 1조8000억원대로 규모가 반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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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악사운용의 '파워인덱스파생상품펀드'는 펀드 빙하기속에서도 유일하게 덩치를 키웠다. 현재 설정액은 2조원대로 2008년 말보다 약 7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수익률 부진에 환매 악순환
공룡펀드들이 대거 자취를 감춘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수익률 회복이 더디면서 집중적인 펀드 환매에 시달린 것.
실제 사라진 17개 공룡펀드 대부분은 최근 3년 수익률(3일 기준)이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72.43%)을 밑돌았다. 올 들어서도 수익률(-7.55%)이 평균을 웃도는 펀드가 단 한개도 없다.
최근 3년 수익률이 가장 부진한 공룡펀드는 미래에셋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K- 1(주식)C 5'로 42.70%에 그쳤다. 연초이후 수익률도 -13%대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2008년 말 당시 9번째로 규모가 컸던 이 펀드는 사라진 공룡펀드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은 펀드로 전락했다.
수익률 부진으로 펀드 환매가 계속되면서 41조원에 달했던 이들 20개 공룡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16조원대로 급감했다.
통상 펀드에 환매가 집중되면 우량자산을 팔고, 현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 회복은 더욱 힘들어진다. 수익률 부진->환매->수익률 회복 지연->환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걷게 되는 것이다.
박현철 신한금융투자 차장은 "펀드는 규모가 클 수록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소형 펀드들보다 상대적으로 회복속도가 늦다"며 "여기에 핵심 펀드매니저 이탈, 주도주 집중투자 등으로 공룡펀드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환매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한국운용 '新공룡펀드' 시대 주도
지난 3일 현재 설정액이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는 11개로 이중 8개는 2008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펀드들이다.
11개 공룡펀드의 총 설정액은 17조2000억원 정도로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64조1102억원)의 2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말보다 공룡펀드 숫자나 시장 영향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운용사별로는 한국운용이 업계에서 가장 많은 4개의 공룡펀드를 보유, 미래에셋운용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운용은 2008년 말 공룡펀드가 1개에 불과했지만 우수한 운용성과를 바탕으로 '삼성그룹적립식2펀드', '네비게이터펀드', '한국의힘펀드' 등 3개의 새로운 공룡펀드를 키워냈다. 이들 펀드는 모두 3년 이상 장기 수익률이 시장평균을 크게 앞서고 있다.
공룡펀드가 없던 KB운용은 최근 3년여간 '한국대표그룹주펀드', 밸류포커스펀드' 등 2개의 공룡펀드를 만들었다. 또 삼성운용은 기존 공룡펀드인 '마이베스트펀드'가 사라진 대신 '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펀드'를 새로운 공룡펀드로 키웠다.
이밖에도 알리안츠운용의 '기업가치향상장기펀드'와 JP모간운용의 '코리아트러스트펀드'가 새롭게 공룡펀드 명단에 올랐다.
신건국 제로인 펀드연구원은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사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새로운 조단위 펀드가 생겨나고 있다"며 "펀드 선택 시 규모나 성과도 중요하지만 해당펀드의 운용사가 오랫동안 운용철학을 유지할 수 있는 펀드매니저 등 인프라를 갖췄는지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