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부산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전 세계 160여 개국, 3500여 명이 모여 새로운 개발원조 모델을 모색하는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급 인사가 대거 참석하는 등 세계 개발원조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는 부산총회는 사상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행사로 사흘간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쳤다.
하지만 부산총회는 단순히 규모와 참석자의 면면만 화려한 게 아니었다.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이라는 총회 결과문서를 채택했다. 가칭 부산선언이다.
부산선언은 총회의 핵심 의제였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성과를 담았다. 국제원조의 패러다임을 현재까지 원조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원조효과성에서 실질적인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개발효과성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산선언은 선진 공여국이 일방적으로 원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원조를 받는 수원국의 여건을 감안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키고 모든 공여 주체들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남겼다. 부산선언이 새로운 개발협력인 중국·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과 개도국 간 남남협력과 기존 선진국, 개도국 간 남북협력의 방식을 차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흥국이 독자적인 개발원조 모델을 고수하겠다는 얘기다. 결국 부산총회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실질적인 개발원조 협력을 위한 해법을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그 동안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개발 원조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 이 같은 결과를 사전에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선진국과 신흥국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미흡했던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첫 술부터 배부를 수 없다"며 "신흥국이 큰 틀에서는 포괄적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해 남남협력에 대한 추가 협의 채널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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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총회는 반세기 만에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한국의 개발원조 모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부산총회 개최라는 성취감에 취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에 소홀했던 게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