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가격인상'.."한국 소비자는 봉?"

오비맥주 '가격인상'.."한국 소비자는 봉?"

원종태 기자, 장시복
2011.12.08 16:11

하이트진로는 인상 안해..사모펀드 대주주라 가격 인상 강행 지적도

8일 오비맥주의 전격적인 맥주 가격 인상을 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물가가 불안한 시점에 굳이 맥주 가격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볼멘소리다.

맥주 같은 주류시장을 총괄하는 국세청도 오비맥주 가격인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물론 맥주 가격을 올리기 위해 오비맥주가 국세청과 사전 조율을 할 의무는 없다.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하는 것은 주류업체의 자율이므로 국세청에는 가격인상을 단행한 후 사후 통보를 하면 끝난다.

◇오비맥주, 외국 사모펀드가 주인..이익 극대화 위해 가격인상 무리수

그러나 이번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전문가들은 1차적인 원인을 오비맥주의 지배구조에서 찾는다. 오비맥주는 시세차익이 목적인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라비츠 로버츠(KKR)가 최대주주다.

한국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유일한 경쟁자인하이트진로(17,110원 ▼160 -0.93%)는 순수 토종업체이지만 오비맥주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벌어들인 순이익을 미국계 사모펀드가 챙기는 외국계 기업이다. 이 때문에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차가운 것이다. 더구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한국 소비자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가격인상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토종업체인 하이트진로는 맥주 가격을 올릴 방침이 전혀 없는데도 외국계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오비맥주는 어떻게 해서라도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KKR이 전형적인 사모펀드 이익 챙기기의 일환으로 가격을 올리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KKR이 오비맥주 주요 임원들을 상대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 후에 오비맥주가 더욱 강력하게 가격인상을 밀어붙여 뒷맛이 더 씁쓸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점유율 수직 상승했는데도 가격 올리는 것 "지나치다" 여론도

업계에선 최근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가격인상을 단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비맥주는 KKR이 인수한 지난 2009년 5월 이후 하이트진로(당시 하이트맥주)의 점유율을 빠르게 가로채며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실제 KKR이 오비맥주를 인수하기 이전인 2008년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0.7%에 그쳤지만 2010년에는 44.2%로 높아졌다. 올 들어서는 지난 9월말까지 오비맥주 점유율이 49%까지 치고 올라와 1위 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미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점유율 득세는 오비맥주 자체적으로 영업력을 강화한 측면도 있지만 경쟁자인 하이트진로가 기업 합병 등을 위해 판매 신장보다는 내부 관리에 치중해온 것을 적절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판매 신장으로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굳이 가격인상까지 단행하려는 것은 오비맥주의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외국계 사모펀드가 과점 형태의 국내 맥주시장에 들어와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국세청 등과의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려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들, "가격 올리지 않는 '토종' 하이트맥주 마시겠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발끈하고 있다. 8일 오비맥주의 전격적인 가격인상을 놓고 네티즌들은 "하이트맥주는 가격인상을 할 예정이 없는데 오비맥주가 잘 팔리다보니 배부른 투정을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가격인상을 하지 않는 하이트맥주를 마시면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국세청에서도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국세청과 어떤 사전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한 것"이라며 "국세청도 가격인상을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달 15일 맥주 출고가를 약 9.6%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당시 국세청이 난색을 표해 무산된 바 있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는 행정지도 대신 주류 업체가 출고가 인상을 단행한 이후 이틀 안에 신고를 하는 사후신고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인상 여부는 업체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 '순진하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업체가 국세청과의 '교감' 없이 맥주 가격을 올릴 경우 '간 큰' 업체로 찍힐 수 있어 사실상 사전 조율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인상 추진이 무산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오비맥주가 다시 발표를 하자 인상폭을 낮추는 대신 국세청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아니냐는 해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국세청도 "몰랐다", 오비맥주 가격인상 강행할 수 있을까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협의가 무산된 이후 한 번도 인상과 관련해 (오비맥주 측에서) 언질을 준 적이 없으며 우리도 언론 보도가 나가자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출고가를 7%대 올린다고 하지만 이럴 경우 일반 식당이나 술집에선 맥주 1병당 가격이 1000원 이상 오르게 돼 서민 물가에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오비맥주가 일단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불거질 경우 다시 가격 인상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일부 식음료업체가 무리한 가격 인상 후 여론에 밀려 다시 가격을 원점으로 되돌린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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