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책임투자, 책임지겠습니다"

"한국의 책임투자, 책임지겠습니다"

황국상 기자
2011.12.14 06:00

[인터뷰]서현정 UNPRI 한국담당 매니저

'정보기술(IT)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 책임투자 전도사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에서 한국담당 매니저로 활동하는 서현정 씨(사진)는 부산과학고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증권업계에 투신한 뒤에도 전공을 살려 IT를 전담했고, 모 언론사가 선정하는 'IT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홍콩·싱가포르를 무대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사모펀드(PEF) 등에서 10년간 활약하던 그는 돌연 책임투자(RI) 전도사로 탈바꿈했다.

"한국에서 한 때 펀드열풍이 불면서 한 펀드에만 수조원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었습니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이 얼마나 무계획적으로 자금을 모집했는지, 그리고 그 큰 돈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운용됐는지 생각하면서 RI를 한국 기관투자자 등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책임투자(RI, Responsible Investment)라는 용어는 '착한' 투자와 유사한 개념으로 쓰인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드러나지 않는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리스크까지 꼼꼼하게 따진 후 투자하는 기법을 이르는 용어다.

서현정 매니저는 "한국에서는 '착한 투자'라는 개념 때문에 되레 책임투자 문화가 정착되기가 더 어려운 듯하다"며 "착한 투자라기보다 '꼼꼼한 투자'라는 개념으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해외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 방법론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04년 영국계 브로커리지 회사인 카제노프(Cazenove)로 옮기고 나서였다. 서 매니저가 카제노프의 한국물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당시 한 고객사에서 한국의 오뚜기라는 종목에 대해 분석해달라고 요청한 게 계기가 됐다.

주요 마트 등의 매대에 오뚜기 제품이 전면에 배치될 정도로 인기가 많음에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상황에 대해 의아해하던 외국 투자자에게 투자정보를 상세히 제공했다. 서 매니저는 "당시 오뚜기는 기업투명성과 지배구조가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도 3만~4만원대에서 10만원대 이상으로 2배 이상 치솟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서 매니저가 한국에서 RI를 전파하기로 맘먹게 된 것도 한국의 자산운용사와 외국계 운용사 및 PEF에서 활동한 경험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그는 "이미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류에서는 RI가 기본방법론으로 쓰이고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RI분야가 아직 시초일 뿐"이라며 "이 분야에서 미리 활동하며 한국 자본시장 발전과정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매니저는 "외국에서는 금융사들이 기업에 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거나 재무분야 이외의 리스크를 잘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한국에서는 반대"라고 지적했다.

"주주인 자산운용사보다 투자대상인 대기업들이 되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거나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곤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외국의 자산소유기관(AO)들은 RI 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비해 일부 한국의 AO들은 3~6개월 단위의 단기운용 성과만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한다"고 아쉬워했다.

서 매니저는 "UNPRI는 전 세계에서 30조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약 1000개 기관투자자들의 네트워크"라며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UNPRI가 세계 금융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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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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