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해' 첫 날을 맞이해 증권사 대표들이 시무식에서 내놓은 첫 마디는 대부분 '위기'(危機)였다.
밖으로는 유로존 위기에서 안으로는 둔화되는 경제성장, 여기에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증시를 언제고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경영실적을 보면 대표들이 말한 '위기'가 단순한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2011년 4월~9월) 국내에 등록돼 있는 62개 증권사의 반기 영업이익률 평균은 2.42%에 그쳤다. 그나마도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하고 나면 국내 증권사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마이너스 0.58%로 떨어진다. 62개사 중 11개 증권사는 아예 영업손실이나 당기손실을 기록했다.
대형사라고 해서 상황이 나은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동양증권 등 자본총계 상위 10개사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5.18%에 그쳤다. 국내 상장 제조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이 6~7%에 이른다. 금융업 영업이익률이 제조업만도 못한 상황이 우리 증권업계의 현실이다.
게다가 이 실적은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기록한 것이었다.
8월 증시급락 이후의 상황이 단 2개월밖에 반영이 되지 않은 실적이었다.
헤지펀드 출범 등 영업환경 변화와 규제강화 역시 증권업종의 앞날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그나마 헤지펀드 시장 성장성 자체에 대해서도 낙관하기 힘들다는게 증권가 내부의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대규모 증자를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프라임브로커) 요건을 충족한 대형사들의 경우 늘어난 자본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향후 수년간의 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그간 증권사들의 의존도가 높았던 브로커리지(중개) 수수료도 규제와 경쟁격화 등 이유로 하락일로에 있고 최근 2년간 일부 증권사의 수익을 늘리는 데 일조했던 자문형 랩 어카운트 등 자산관리 상품부문의 성장세도 확 꺾였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증시활성화는 투자자나 우리 기업들에게도 절실한 일이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이를 악물고 '파이팅'을 외쳐야 했던 증권사 대표들의 표정이 남의 일로 다가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