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품업계의 최대 이변은 신라면을 위협한 '나가사끼 짬뽕'의 출현이다.
결코 넘을 수도, 넘볼 수도 없었던 신(辛)라면의 아성을 해성처럼 등장한 신(新) 라면이 하루아침에 위협하는 기세는 말 그대로 '매웠다.'
여기에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까지 힘을 보태고 오뚜기가 '기스면'을 선보이면서 흰 국물 라면의 트로이카를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6년 신라면의 등장 이후 국내 라면사에 남을 최대 이변은 주식시장에서도 연출됐다. 시가총액 1조5000원에 달해 무겁기 짝이 없는농심(377,500원 ▼7,500 -1.95%)과 달리,삼양식품(1,341,000원 ▲27,000 +2.05%)은 나가사끼 짬뽕 바람을 타고 가뿐하게 날아올랐다.
나가사끼 짬뽕이 히트를 치기까지 무수한 시제품들이 수년간 이름 없이 폐기됐고, 신라면 출시 이후 25년간 절치부심한 결과였기에 주주들도 환호했다.
평창테마 이슈로 일시적 급등세를 보였던 지난해 상반기를 제외하면 긴 시간 삼양식품 주가는 2만원안팎의 박스권에 묶여있었다. 하지만 나가사끼 짬뽕의 판매호조가 지속되자 12월초 5만6700원까지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다. 하지만 고인 물 같은 라면업계에 25년 만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나가사끼 짬뽕이 10대 소년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재미도 감동도 떨어졌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 전모(18세)군은 신주인수권부사채권을 통해 삼양식품 주식을 사들이고, 평창 테마 및 나가사끼 짬뽕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자 몇차례에 걸쳐 보유주식을 매각했다.
전군이 지분 100%를 보유한 농수산물도매업체 비글스를 통해 삼양식품 신주인수권부사채권로 거둬들인 차익은 수십억원. 증권시장도 식품업계도 10대 소년의 천재적 혜안의 결과로 받아들이진 않는 듯하다.
오너 3세의 주식매각 소식 이후 삼양식품 주가는 맥을 잃고 12월 말 3만8000원대까지 급락했다. 나가사끼 짬뽕의 '맛'을 믿고 주가 급등기에 주식을 산 주주들은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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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패밀리의 주식 단기매매는 재계 2~3세들이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저가에 취득하고 모기업이 다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간접적인 증여수단으로 삼는 것과도 차원이 다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회사의 사업내용이나 자산내역을 속속들이 알고있는 오너가족이 단기매매로 차익을 얻고, 이 여파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일반 주주들의 호주머니에서 현금이 직접 옮겨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