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에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가 없어서 그룹 회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되는 사단이 벌어졌겠어요? 준법지원인을 더 둔다고 해결되면 기업들이 왜 반발을 하겠어요? 비용만 늘리며 자기들 배만 채우자는 거죠."
지난 6일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상장회사 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상법 개정안 관련 설명회에 참석한 한 중견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보를 얻기 위해 설명회에 참석했지만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당장 다음 주에 경영진에 보고해야하는데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아무 생각이 잡히질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법무부가 그간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 논란을 일으켜온 준법지원인 제도의 대상 기업을 자산규모 3000억원 이상의 상장사로 정하고 지난 28일 입법예고하면서 당장 오는 4월 15일부터 사내에 준법지원인을 둬야하는 일선 기업 관계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만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견기업들이 특히 울상이다. 자산 기준 3000억원 이상이면 거래소 상장사의 절반이나 해당된다.
자산규모 3000억 원 대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자산 2조원 이상이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못했는데 갑자기 대상기업에 해당되고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상장사를 대표하는 상장협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준법지원인제도는 이명박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를 검토했을 정도로 논란이 컸지만, 법무부는 학계의 중재안 (자산기준 5000억원)보다 훨씬 변호사측으로 기운 시행령을 선택했다.
이미 입법 예고된 만큼,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인 상장협은 일선 기업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준법지원 제도 운영 모범모델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준법지원인 제도는 기업의 윤리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변호사, 법학교수, 법학 석·학사 등 1인을 두고 기업의 준법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사외이사·감사·내부회계관리 등 준법통제와 관련된 제도들이 중첩돼 있어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은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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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은 기업을 위한 참 좋은 제도인데 홍보가 부족해 비롯된 오해라는 입장이지만, 세상에서는 로스쿨 도입 등으로 커진 법조인의 일자리 수요를 해결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기업담당 회계사는 돱여론을 수렴하겠다면서, 정작 당사자인 기업과 투자자는 논의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돲고 비판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매사를 이런 식으로 밀어 붙이니 불신과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아니냐"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법조인, 법무부, 대통령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