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려한 말의 성찬에 속고 산다지만

[기자수첩]화려한 말의 성찬에 속고 산다지만

김익태 기자
2012.02.07 17:02

'지르고 보자' 총선 공약 발표 경쟁 '점입가경'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는 경제민주화기본법을 만들겠다"

지난 2일 만난 새누리당 관계자는 4·11 총선 공약과 관련해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집권 여당이 대기업의 탐욕을 규제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내용으로 다음 날 바로 주요 언론에 기사화됐다. 당장 대기업들이 진의 파악에 나서며 긴장해야 했다.

"경제민주화기본법은 반(反)재벌법으로 비칠 수 있어 제정하지 않기로 했다"

7일 같은 당 관계자가 대기업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란 설명과 함께 전한 말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180도 다른 입장이 나온 셈이다.

혼선 그 자체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에서든 분과에서든 공식 논의되지 않은 사항들이 발표되는 것이 굉장히 걱정된다"고 했을까. 설익은 공약이 발표되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니 "개인 의견이든 개별적 모임 의견인지를 명확히 해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말 그대로 정치권의 '지르기 식' 총선 공약 발표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발등의 불이 떨어졌고, 생사를 건 결투에서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니 표심을 자극할 필요는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얘기가 되는 것들도 있지만, 상당수 공약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실현 가능성, 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한 두루뭉술한 대책에 '어떻게?'라고 따져 물으면 세부내용은 추주 보완해 발표하겠단다.

의회권력 교체를 꿈꾸고 있는 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부터인지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없어졌다. 나라살림 걱정하며 표 떨어지는 잔소리만 늘어놓을 테니 협의를 하고 싶을까. 2015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대책도 정부와 협의된 내용이 아니지만, 총선 공약으로 가져갈 거란다. 그렇잖아도 '방만 경영' 근절을 위해 인력확대를 최소화하고 있는 정부다. 당정협의를 하겠다지만, 정작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어차피 총선이 지나고 나면 끝나버릴 공약인 탓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병사 월급 대폭 인상, 초·중·고교 무상 아침급식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다. "집권당인데 재정능력의 한계 때문에 다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의 쓴 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못해줬으면서 추가로 뭘 해준다고 해봐야 국민이 수긍하겠냐는 거다. 화려한 말의 성찬에 속고 사는 시대라지만,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안 하는 게 현명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