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학교 선배가 그러는데, 요즘 계급을 나누는 건 집이나 자동차 이런 게 아니라 피부하고 치아라더라." (김애란 소설집 '침이 고인다' 중 '도도한 생활')
"있는 사람들은 늙을 일이 없다. 굳이 성형수술이 아니더라도 얼굴에 대는 약간의 약품이나 주사를 감당할 용기, 그리고 그 비용을 감당할 만한 여유, 그 비용을 알아볼 만한 관심만 있다면 늙을 일이 없다." (칼럼니스트 김현진 '이것이 동안 신드롬의 실체다')
외모도, 젊은 얼굴(동안)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다. 돈으로 생명을 살 수는 없다고 하지만 돈이 있으면 최소한 생명을 더 연장시킬 수 있다. 학계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들도 돈과 수명은 너무나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돈이 많으면 더 오래 산다.
리서치회사 RAND의 제임스 스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US 뉴스&월드 리포트'와 인터뷰에서 "재산이 적은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보다 몇 년은 더 못 산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돈과 수명의 관계는 너무나 뚜렷해 학계에는 '수명에서 부의 변화율'이란 용어도 있다.
부자가 더 오래 사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정책 연구소의 모니크 모리세이 이코노미스트는 "(돈이 많으면) 더 일찍 건강진단을 받고 더 나은 치료에 접근할 수 있으며 복잡한 수술도 더 잘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이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저렴한 식품은 라면과 햄버거, 베이컨 같은 비만을 유발하는 인스턴트 식품이다. 결과적으로 가난할수록 마르는 것이 아니라 비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비만하면 당뇨병과 심장병 등 관련 질병이 늘어나 수명이 단축된다.
유타주립대의 에릭 리이더 사회학과 부교수는 앞으로 수십년간 미국인들은 두 종류로 나뉘어질 것이라며 "비만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그룹과 비만 관련 질병이 거의 없는 상대적으로 잘 사는 그룹"이라고 예상했다.
돈이 많기 때문에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기 때문에 돈이 많고 결과적으로 오래 사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RAND의 스미스는 "건강하면 일을 할 수 있어 더 부유해진다"고 지적했다. 건강이 나빠지면 일을 못하기도 하지만 값비싼 치료비 때문에 가난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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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부를 촉진하는 호르몬이 따로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은 50세 이상의 인구 수천명을 조사한 결과 부유한 사람일수록 천연 스테로이드인 DHEAS(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 설파이트)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점은 DHEAS가 높은 사람들은 부유하기도 하지만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취미도 많았으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도 더 좋고 기대수명도 길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DHEAS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도 조절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은 가난하면 수명이 짧아지는 일차적인 원인을 호르몬에서 찾았지만 행복 연구로 유명한 조지 베일런트 하버드대 교수는 가난과 수명을 결정 짓는 원인을 교육에서 규명했다.
그는 하버드대 졸업생과 보스턴 빈민지역 출신들을 오래 추적해 연구한 결과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빈민지역 출신들보다 당연히 더 부유한 것은 물론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빈민지역 출신이라도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하버드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수준 낮은 대학이라도) 하버드대 졸업생들과 수명 차이가 거의 없었다.
베일런트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시고 담배도 덜 피우고 비만의 확률도 낮았다며 교육이 다른 모든 장수 요인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교육 요인을 제외했을 때 돈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RAND의 스미스도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교육을 덜 받은 사람보다 결정을 내릴 때 미래를 더 많이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음이나 흡연 등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미래의 우리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부자가 더 오래 산다는 것은 '팩트'다. 하지만 부자가 더 오래 사는 원인에 대해선 아직도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당신은 어떤 원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다만 부자가 오래 사는 여러 가지 추측성 원인 가운데 부자가 아니라도 실천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교육과 건강관리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