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 늘어도 학원비는 꼬박꼬박…

은행 빚 늘어도 학원비는 꼬박꼬박…

최중혁 기자
2012.02.17 10:00

"방과후학교 비용 등 포함하면 사교육비 오히려 늘어난 것"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정 모씨(43)는 지난해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은행으로부터 4000만원 추가 대출을 받았다.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서 은행 이자 갚기가 만만치 않아지자 외식비, 통신비 등 지출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10살 딸아이 학원비만큼은 손대지 못했다. 행여 경쟁에서 뒤처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11년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보면 가계 살림살이가 어려워도 사교육비는 좀처럼 줄이지 않는다는 세간의 속설이 통계적으로 입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만 보면 20조1266억원으로 전년 보다 7452억원(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각 가정으로 들어가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전혀 변동이 없었던 것.

이는 사교육비 감소액 7452억원의 대부분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자연 감소분인 것을 의미한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지난해 학생 수(698만7000명)는 전년대비 24만9000명(3.4%)이나 감소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교육비 감소 총액 가운데 학생 수 감소분 외에 실질 사교육비 감소분이 수 백억원 정도 파악되긴 했지만 사교육비가 1000원 단위로 조사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사교육비 총액이 처음으로 감소한 2010년 조사결과 발표 당시 교과부는 '사교육비 감소의 원년'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1인당 월평균 감소액은 24만2000원에서 24만원으로 2000원에 줄어드는데 그쳤다. 그런데 올해는 2000원은 커녕 1000원도 줄어들지 않은 것.

이렇게 볼 때 실질적으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방과후학교 지출 비용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방과후학교 지출 비용은 초등학교 1만6000원, 중학교 6000원, 고등학교 2만2000원 등 평균 1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대비 1000원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비 조사에서 방과후학교 비용, EBS 교재 비용, 어학연수 비용 등은 제외된다.

통계 방식상 사교육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는 전국 초·중·고 학부모 일부분을 대상으로 연 2회 지출분(3~5월, 7~9월)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능 직전인 10~11월 '파이널 특강' 등의 형태로 진행되는 학원비는 통계에서 누락되는 것이다.

때문에 교육전문가들은 방과후학교, EBS 등 공교육으로 간주되는 교육비와 조기유학, 신고누락 등 공식 파악되지 않는 비용까지 합할 경우 사교육비 규모는 공식 통계치의 2배인 약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소득증가가 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실질소득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가계지출에서 사교육비 비중이 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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