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전 펀드 포트폴리오도 비공개...운용사 의결권 사후 공시도 논란
˝제가 가입한 펀드가 하이마트에 투자했는지 알 수 없나요?˝
하이마트 주가가 회장의 횡령 의혹으로 이틀 연속 급락했지만 펀드 투자자는 정작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하이마트에 투자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최근 금융당국이 2개월 전 펀드 포트폴리오조차 공개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펀드가 간접투자 상품이긴 하지만 수개월 전 내역까지 비공개로 묶이면서 투자자의 알 권리가 무시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감원 펀드평가사 '함구령'=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한화 주가가 급락세를 탔던 이달 초 금융감독원은 모닝스타코리아, 에프앤가이드, 제로인, KBP펀드평가 등 4개 펀드평가사 임원과 금융투자협회 직원을 불러 앞으로 펀드 편입종목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화에 투자한 펀드명과 투자규모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창구지도에 나선 것.
펀드 평가사들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운용사의 2개월 전 펀드 포트폴리오 정보를 받아 공개를 해 왔지만 금감원의 '함구령' 이후엔 해당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평가사는 직무상 알게 된 편입종목 등 미공개 펀드 정보를 '펀드평가'라는 업무 외에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며 ˝펀드 분석 시스템을 통해 가공된 정보를 판매사, 운용사, 언론 등에 배포해서는 안 돼서 지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에서는 그러나 펀드 편입종목 공개 제한은 투자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란 지적이다. '펀드평가'라는 업무 영역에 대해서도 평가사와 금감원은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2개월 전 투자내역 공개라 할지라도 '펀드평가'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논리˝라며 ˝하지만 분기(3개월)마다 운용사가 공시하는 자료를 가공해서 공개하는 것은 허용해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하필 한화 사태 직후 정보 비공개는 자칫하면 특혜로 비춰 질수도 있는 문제˝라며 ˝2개월 전 정보라면 간접투자 성격에도 어긋난 게 아닌데 펀드 투자자 '알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펀드 투자자는 월별, 분기별로 펀드 운용보고서를 받고 있지만 펀드가 편입한 종목 10개 내지는 30개 정도만 공개된다. 세부 내역은 분기 영업보고서 공시를 일일이 찾아야 알 수 있어 정보 접근성이 낮다. 더구나 현재 확인 가능한 영업보고서는 지난해 9월 기준(3분기말)으로 시의성도 크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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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의결권 '사후' 공시도 논란=펀드 의결권 행사에서도 펀드 투자자의 '알 권리'는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자산운용사의 펀드 의결권 행사 공시를 주주총회가 끝난 뒤 5일 이내로 변경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23일 입법예고했다. 종전에는 주총 5일 전에 공시를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운용사가 수백개에 달하는 안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주종 5일전에 공시를 하는 것은 시간상 무리가 있다˝며 ˝사후 보고로 전환하면 운용사가 5일간의 시간을 더 버는 셈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투자자 권익이 보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강화와 역행하는 제도란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펀드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는 투자자의 대리인인 운용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사후공시가 바뀌게 되면 투자자들이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을 간접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장치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