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니 작은 어촌에서 발견한 밝은 미래

[기고] 인니 작은 어촌에서 발견한 밝은 미래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2012.03.08 06:47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특별기고

인도네시아 자바 섬 서쪽 끝에 칠레곤이란 마을이 있다. 38년 전 우리나라에 제철소가 처음 들어선 어촌마을 포항을 연상시키는 한적한 어촌이다. 가서 보니 멀리서 수마트라 섬도 눈에 희미하게 들어온다. 정말로 자바 섬의 서쪽 끝 마을에 와 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이 마을에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과 영부인, 그리고 주요 부처 장관들이 모였다. 경제조정부 장관, 산업부 장관, 무역부 장관, 국방부 장관, 투자조정 청장 등이 모두 참석했으니 가히 내각을 옮겨놓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일행이 방문한 곳은 우리나라 포스코(POSCO)가 이 마을에서 한창 진행 중인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이다. 대통령이 방문하는 현장이라면 공사 시작을 알리는 발파현장이거나 공사가 모두 완료된 준공현장인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도요노 대통령은 준공까지 앞으로 20개월이나 남아 있는 제철소 공사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일관제철소는 ‘산업의 쌀’인 철강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소화하기 위해 대형 고로를 갖춘 제철소이다. 우리나라는 포스코가 9개, 현대제철이 2개의 일관제철용 고로를 갖추고 있는 세계 6위의 조강능력 보유국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부터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최초로 일관제철소를 칠레곤에 건설하고 있다. 그 현장에 대통령과 관료들이 모인 것을 보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 일관제철소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이 현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6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훗날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일 뿐 아니라 우리 중소 기자재 업체들의 수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대한 시설을 운용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력도 대거 인도네시아로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간 경제협력 진전에 더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한-인니 경제협력 사무국'을 두기로 한 점이다. 2010년 12월 발리에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정상회담이 열렸다. 여기서 인도네시아 정상은 오는 2025년까지 세계 9위의 경제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인도네시아 경제개발 마스터플랜’에 우리나라의 참여를 적극 요청했다.

그간 양측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사무국을 상설기구로 설립하기로 했고, 유도요노 대통령의 칠레곤 방문 하루 전날 정식 출범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참여해 인도네시아의 경제개발 마스터플랜을 함께 이행하게 될 것이다.

나는 사무국 개소식이 끝난 후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여기에는 대사관의 임무관(林務官)도 동석했다.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산림청 소속으로 인도네시아와 임산자원개발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한국 대사관 가운데 인도네시아에만 있단다. 탄소배출권 확보 등과 관련해 인도네시아와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한다.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무관(武官)도 소개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지난해 최초로 훈련용 항공기 T-50을 수출하기로 한 나라가 바로 인도네시아다. 잠수함을 수출한 국가도 바로 이곳이다.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푼다.

칠레곤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에서 보면 수마트라 섬과 자바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구 2억 4000만 명에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를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이곳 정부는 이 수마트라 섬과 자바 섬을 30km 넘게 잇는 해상교량 순다대교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게 더 크고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인구만 많은 게 아니라 천연가스, 광물 등 자원의 보고이다. 아세안(ASEAN)을 넘어 G20에 속해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이런 거대 잠재력을 가진 국가와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스럽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를 신뢰할 수 있는 나라라고 여긴다. 이번 방문을 통해 나는 그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도 진정한 협력자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상대방의 믿음에 대한 도리이며 또 그래야 서로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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