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운용사 '주총 거수기' 전락 이유

[기자수첩]운용사 '주총 거수기' 전락 이유

권화순 기자
2012.03.11 17:03

오는 16일 열리는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자산운용사 3곳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는 모두 23곳. 대다수 운용사가 찬성표를 던진 탓에 이들 3개 운용사는 주목받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란'이란 표현이 무색해진다. 금융감독원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외이사 출석률이 75%를 넘어야 재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데,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는 출석률이 이에 못 미쳤다. 반대표를 던진 한 운용사 대표는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따랐을 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국민연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중립' 의견을 냈을 때도 자산운용사는 일제히 '찬성표'를 던졌다. 주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도 운용사의 반대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이 현대백화점과 현대DSF의 합병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게 거의 유일한데, 이마저도 한국밸류운용이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라는 점에서 가능했다는 해석이다.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주총 거수기'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주주가치 제고와 펀드투자자에 대한 '선관의무'보다 되도록 조용히 말썽 없이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운용사의 사정은 복잡하다.

한 은행계열 운용사 대표는 "소신껏 반대표를 던지고 싶어도 계열 은행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계열 운용사도 마찬가지다. 한 증권계열 운용사 대표는 "계열증권사가 대기업과 IB(투자은행)업무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 기업에 반대표를 던져 껄끄러운 일이 발생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운용사가 자사의 펀드판매를 계열은행이나 증권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운용사는 펀드투자자 보호를 우선으로 삼아야 하는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멀기만 하다.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감시 역할을 지원하는 민간기구의 역할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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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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