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은 솔로몬투자증권 대표

당나라의 선승 동산(洞山)에게 한 스님이 찾아와 물었다. "추위와 더위가 찾아오면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동산이 말했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 그 스님은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동산이 큰 소리로 답했다. "이놈아, 추울 때는 너를 더 춥게 하고, 더울 땐 더 덥게 하는 곳이다."
추위를 피하려면 애써 더 추운 곳으로 찾아가라는 동산 스님의 말은 힘들수록 현실을 직시하라는 얘기로 들린다. 미래는 일이 제때 이뤄지도록 만드는 사람들의 것이다. 필자의 지론이다.
올해로 25년째. 금융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IB(투자은행)를 상대로 영업을 시작한 때가 1987년. 당시 코스피지수는 270 부근이었고,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11조원에 그쳤다.
강산이 두 번 반 바뀔 동안 코스피지수는 8.5배 뛰었고, 시가총액은 100배 이상 불어났다.
최근 몇몇 뉴스를 보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UFC 라이트급 챔피언 벤 헨더슨을 꼽을 수 있다. 헨더슨은 어머니 나라를 찾은 일성으로 "불고기와 김치를 실컷 먹고 싶다"고 말해 국민의 눈시울을 붉혔다.
스물두살의 나이로 PGA투어에서 우승한 존 허 역시 그랬다. 그는 Q스쿨을 통과하고 PGA대회에 출전한 지 단 5개 대회 만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40세 베테랑 로버트 앨런비와 8홀 연장전을 치른 끝에 얻은 것이다. NBA '황색 돌풍'의 주역인 대만계 제레미 린도 빼놓을 수 없다. NBA사상 최초 동양인 포인트가드인 린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의 독특한 이력을 지녔는데, 상대적으로 왜소한 신체조건(191㎝, 91㎏) 등을 극복했다.
마음 속 용틀임의 기저에는 꿈이 있다. 몇 해 전 김연아와 박태환이 불모지였던 빙상과 수영에서 세계적 선수로 각각 우뚝 선 것을 보면서 필자는 금융계의 국가대표를 내손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금융투자에 적합한 DNA가 있다. '투자의 꽃'으로 불리는 헤지펀드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선물시장 거래규모는 이미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발전했다. 기법 역시 고수 수준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학능력이 오래 전부터 세계 최정상권이란 사실은 금융계의 김연아 탄생이 가시권에 들었음을 방증한다.
때마침 2008년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글로벌 헤지펀드시장 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했다. 전통적 헤지펀드는 특정 스타매니저의 개인 분석력에 크게 의존했다.
롱숏전략이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과 떨어질 종목을 정성평가를 통해 사고팔아 이익을 남겼듯 조지 소로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매크로전략은 세계 각국의 거시지표들을 분석해 특정 국가의 통화, 금리, 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전통적 헤지펀드시장에서 우리는 언어적·지역적 한계로 상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했다.
하지만 존 폴슨과 조지 소로스가 지난해 각각 96억달러와 38억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헤지펀드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새로운 헤지펀드는 퀀트적 요소에 기초한다. 퀀트적 헤지펀드는 수학, 통계에 토대를 둔 팀플레이 방식이다.
특출한 스타매니저에게 의존하기보다 컴퓨터 모델링과 퀀트적 시스템 해석 능력에 따라 성과가 좌우된다.
금융계의 '김연아'가 흑룡의 해 새 봄을 맞아 용틀임을 본격화한다. 인생에 열정을 더한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 헤지펀드시장 또한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