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골목프레임'보다 세계화 지원을

[기자수첩]'골목프레임'보다 세계화 지원을

장시복 기자
2012.04.10 07:33

"저희의 방향성과 거의 맞아 떨어지네요. 딱히 드릴 말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제과·제빵 분야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하자 적용 대상인 양대 제빵 라이벌 파리바게뜨(SPC)와 뚜레쥬르(CJ)는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 의중이니 따라가야지 어쩌겠나는 눈치다.

신규 가맹점이 기존 가맹점과 반경 500m 이내에 새 점포를 낼 수 없도록 하고, 매장 리뉴얼시 가맹본부가 비용을 20~40% 지원토록 하는 게 기준의 골자다.

국내 제빵 시장의 절대 강자인 두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동반 성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자 나름의 자구책들을 마련해왔다. 그러다 최근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명문화된 결과물이 나왔다.

다른 기준들은 무난하게 협의됐지만, 신규 출점 제한 거리를 수치화하는 문제는 민감한 쟁점이었다. 상권별로 저마다의 특성이 다른데 일괄적인 제한을 두는 것은 시장 논리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결국 '공정위의 뜻대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500m의 출점 제한 기준이 잡혔다. 언젠가 단속반원들이 줄자로 꼼꼼히 재보고 "499m 아니냐"며 처분을 내리는 날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묻어났다.

요즘 양대 제빵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국내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말 SPC 허영인 회장이 베트남 1호점을 열고 "2020년 해외 3000개 매장" 비전을 발표한데 이어, CJ 이재현 회장도 베트남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어 베이커리 해외 사업 강화를 주문했다.

등에 떠밀려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빵의 해외진출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국내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화에 성공한다면 우리 경제 뿐 아니라 '국격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맥도날드의 경우 해외 매장이 미국 내 매장보다 훨씬 많으며, 스타벅스의 해외 매출은 미국 내 매출의 2배가 넘는다. 미국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도 말로만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을 외칠 게 아니다. 국내 프랜차이즈들의 골목화가 아닌 세계화를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500m라는 '골목 프레임'에 갇혀 아웅대기 보단 어떻게 해야 500km 밖 넓은 세상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을 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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