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바라에게 은퇴자금 맡기라고?"

[기자수첩] "마바라에게 은퇴자금 맡기라고?"

박희진 기자
2012.05.16 10:01

"고객님, 퇴직연금 운용상품을 바꾸는 것은 직접 하셔야 해요. 홈페이지에서 직접 할 수 있어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기자도 지난해 초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가입 초기 퇴직금이 거의 고정되는 DB형(확정급여형)과 운용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DC형(확정기여형) 중 고민을 거듭하다 DC형을 택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자본시장도 성숙해질 것이라는 믿음도 DC형에 기울도록 했다.

정작 일에 쫓겨 가입 1년이 넘도록 운용현황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e메일을 통해 퇴직금 운용내역 보고서를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수익률은 고작 2.02%. 저금리 시대, 은행이자보다 한참 낮다.

운용내역을 살펴보니 예금상품만 3%대 수익을 냈고 5개 이상의 펀드수익률은 처참했다. 삼성그룹주펀드만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고 한 펀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DC형은 근로자가 투자상품을 변경할 수 있다. 늦었지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해 가입 증권사에 전화를 했다. 투자전문가들의 조언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고객님이 직접 하세요"라는 무성의한 대답만 들었다.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만 해도 담당 증권사 직원이 일일이 고객을 찾아와 퇴직연금제도를 설명하고, 특히 DC형 고객에게는 투자상품을 조언해준 것과 사뭇 달라진 태도다.

DC형 퇴직연금 운용 성과의 경우 최종 책임은 가입자에게 있다. 그러나 일단 가입했으니 더이상의 조언은 기피하는 태도가 좋아보이진 않는다. 직장인들은 증권사의 유·무형 자산 때문에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을 맡긴 것이지 스스로 알아서 관리하는 '퇴직금매니저'가 되기 위해 퇴직연금에 가입한 것이 아니다.

요즘 증권업계의 최대 화두는 '은퇴'다. 은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그러나 은퇴시장도 우선 고객부터 확보하기 위해 요란한 '상술'만 난무한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마바라(소액 투자자라는 뜻의 일본말로 객관적인 근거 없이 부추기는 사람)에게 은퇴자금을 맡기겠어요?" 한 '증권맨'의 말이다. 주식하면 쪽박, 작전 등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증권업계가 노후를 책임질 은퇴자금을 잡기 위해서는 상술 대신 신뢰부터 쌓아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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