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코스피가 1840선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1880선에서 불안하게 출발한 코스피는 오후 12시를 넘기면서 급락해, 1850선마저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1850선은 증시 전문가들이 1940선, 1900선이 붕괴한 후 제시한 3차 지지선이다. 이날 코스피는 결국 58.43포인트 떨어진 1840.53으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 폭락은 애플이 주도했다. '애플이 엘피다에 모바일 D램을 대량 주문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이후 전기전자 업종이 크게 흔들렸다. 그간 그리스 발 유럽 위기에도 비교적 잘 버텼던삼성전자(204,000원 ▼6,500 -3.09%)는 이날 외국인의 투매로 인해 전일대비 무려 6.18% 내린 12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SK하이닉스(998,000원 ▼35,000 -3.39%)는 8.89%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코스닥도 3.22%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가 460선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6개월여만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연정 구성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앞으로 그리스 재총선이 열리는 6월까지 유럽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에 코스피의 반등도 안개속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200만원 간다더니" 애널들 '머쓱'=이날 하락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93조에서 181조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인은 전체 매도 물량인 5001억원 중 3320억원을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했다. 이 중 삼성전자의 주식은 3182억원 어치에 달한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그리스 때문에 울고 싶었던 삼성전자의 뺨을 애플이 때린 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급락에 증권사 연구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실제 지난 달까지만해도 대다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00만원'을 자신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차(電車)군단'의 강세를 이끌었다. '갤럭시3' 발표를 앞두고는 기대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그러나 이날 낙폭에 전문가들은 아연해하고 있다. 모바일 산업의 성장성이 큰 만큼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과 동시에, 갑작스러운 악재가 터졌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같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속돼 온 애플과 엘피다의 협력이 보도를 통해 부각됐을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유럽 위기는 삼성전자의 주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스 발 불안에 따른 글로벌 증시 동조화로, 이제 삼성전자만 홀로 독주하긴 어렵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연구원은 "정치적 변수이기 때문에 주가를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초반 여러 곳에서 예상했던 200만원은 유럽 변수가 나온 이상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이 참에 삼성전자 들어가볼까" 매수기회?=전문가들은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가 전례없이 큰 폭으로 빠졌기 때문에 17일 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적과 성장성이 탄탄한 가운데 대외 변수로 나타난 문제인만큼 이날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있는 것.
그러나 그리스 위기로 전문가들의 예상 지지선이 3차례나 깨지는 등 증시의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럽 정세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생기면서,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열하루 째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 외국인 투매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말 그대로 '일시적'일 것"이라며 "그리스 구제금융 위기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등 현재 위기 상황에서 투심이 반발매수로 완전히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프랑스와 독일의 정상회담에서 그리스 유로존 문제에 합의했지만, 문제는 연정구성"이라며 "연정구성에 실패했기 때문에 채무상환일이 다가오면 다시 재정위기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 발 불안심리가 회복된 후 D램 업황을 차분하게 지켜볼 수 있는 때가 와야, 삼성전자 주가도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