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위기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24일 코스피는 전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 호조에도 불구,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0.32%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은 장 막판 하락 반전했다.
기대를 모았던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담은 예상 가능한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날 코스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EU 정상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지지에만 뜻을 모았을 뿐, '성장'과 '긴축' 사이에서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간 보였던 입장 차이만 확인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재총선이 열리는 내달 중순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을 내리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불확실성은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2634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던지며 17거래일째 매도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매도한 물량은 약 4조원에 달한다.
◇거듭되는 유럽 정상 모임=EU정상회담 결과에 증시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유럽 정상들의 이벤트에 대해 증시가 관망세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은 앞으로 열릴 수많은 회담의 전초전이었던 만큼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웠다는 평가다.
유럽 이벤트는 앞으로도 산재해 있다. 당장 이달 신재정협약에 대한 독일 의회의 비준통과와 아일랜드의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내달 6일에는 유럽 중앙은행(ECB) 정책회의가 열리고, 28일부터 이틀 간은 EU 공식 정상회의가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이벤트 가운데서 내달 17일 열리는 그리스 2차 총선이 유럽 위기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윤소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공조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리스 재총선이 실시되기 전까지는 불안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6월까지도 유로존 불안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수 반등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수십 번에 걸친 유럽 회담 끝에 신재정협약이 나왔다"며 "17일 그리스 총선 결과가 나와 봐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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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 외국인 자금은 유럽계=일각에서는 글로벌 불안에 따른 외국인 '엑소더스'를 우려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외국인 이탈이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72%는 유럽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유럽 지역 은행들이 내달까지 일정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 자기자본비율을 위해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은행감독청은 유럽연합 소재 은행의 핵심자기자본 비율을 9%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조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시장 전망이 나쁘다기보다 자기자본 비율 맞추기 위해 외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6월 이후 유럽위기가 진정되면 자동차 업종 등 주도주를 중심으로 부분적 매도세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3거래일 동안 나타난 약 5000억원의 외국인 개별종목 순매도는 긍정적이다"며 "이들 물량은 대부분 △공매도 물량 청산 △일부 저가매수세 유입 물량이라고 추정되는데, 이러한 성격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개별종목 수급 개선으로 외국인의 현물 매도는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