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숫자 너머의 사람을 기억해야

[기자수첩]숫자 너머의 사람을 기억해야

심재현 기자
2012.12.20 07:05

하루 내내 숫자가 넘쳐났다. TV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점심 자리에서도 투표율, 예상 지지율 등을 놓고 얘기가 넘실댔다.

애초 이날은 숫자 얘기만 허용된 날이기라도 하듯 다들 평소에는 자주 쓰지도 않는 소수점까지 써가며 숫자에 매달렸다.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의 풍경이다.

점심 후 서울 여의도 거리에서 만난 이는 인터넷에 떠도는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앞서고 있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안부차(?) 전화통화한 또 다른 이는 마지막 한 표를 확인할 때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오후 6시. 투표 종료와 함께 공개된 여야의 표정도 숫자에 갈렸다. 한 편에선 탄식이, 한 편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유권자들도 의외의 결과에, 혹은 기대한 수치에 따라 각각 표정이 달라졌다.

시시각각으로 오르내리는 개표 결과를 보면서 후보들과 당원 못지않게 국민이 숨을 죽였다. 숫자 하나하나에 5000만이 울고 웃었다.

기호에 불과한 숫자 몇 개에 온 나라가 들썩인 것은 단순한 기호나 표식만이 아니어서일 거다. 국민들은 자신이 행사한 한 표, 한 표에 미래를 걸었고 숫자로 나타나는 개표 결과에서 희망을 봤다. 이날은 '숫자=희망=기대'였던 셈이다.

정작 정치권이나 경제분야를 취재하다보면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숫자 너머에 눈을 감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숫자 자체에 매몰돼 어떻게든 이기면 된다는 편법이 당연시되는 경우다. 정치에서는 '표(票)퓰리즘'이라고 하고 사업에서는 '실적주의'라고 한다.

당선인도, 분루를 삼킨 낙선인도 12월19일, 최종 지지율은 평생 잊지 못할 숫자가 될 듯하다.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 당선인도, 아깝게 기회를 놓친 이도 자신을 지지해준, 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끌어안아야 할 사람들의 숫자 이면에 자리잡은 기대와 희망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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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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