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어머니가 둘 된 제약업계

[기자수첩]시어머니가 둘 된 제약업계

이지현 기자
2013.01.22 06:13

"임상시험 허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시험 관리는 보건복지부에서, 약 허가는 식약처에서, 약가 책정은 복지부에서 받게 생겼다. 시어머니를 둘 모시게 된 셈이다."

지난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본 제약 및 의료계의 눈은 일제히 식약처로 쏠렸다. 복지부 소속 식약청이 총리실 소속 식약처로 개편되면서 복지부 품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식품 안전에 대해 확고한 주관을 보여 온 박 당선인인만큼 식품 안전의 위상 강화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각종 식재료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커졌던 '음식에 장난치는 사람만은 없어야 한다'는 여론 역시 이 같은 조직 개편을 부채질했다.

식약청 내부에서조차 "박 당선인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시절부터 식품 문제에는 관심이 많았다"며 "식품 안전에 대해선 뭔가 묘책이 나오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뚜껑은 열렸고 예상대로 식품 안전의 위상은 격상됐다. 식약청은 복지부의 지시를 받아 집행 역할을 담당하던 기존의 기능에서 벗어나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의약품이 함께 움직이면서 정책 혼선도 불가피해졌다. 식약처가 정책 입안 기능까지 확보할 경우 의약품 관련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부처가 복지부와 총리실 소속 식약처 둘로 나뉘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 약가를 복지부에서 정하는 시스템 상 신약 임상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이나 약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약사 등은 두개 부처의 눈치를 봐야한다.

DUR 등 건강보험과 연계된 의약품 사용안전 시스템이나 제약사, 의사 등의 리베이트 문제 역시 줄긋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업무 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부처 간 중복 기능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청이 복지부 소속 기관일 때와는 달리 각종 업무 진행의 효율성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 생길 식약처에서 의약품 관련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담당할지가 중요한 이유다.

더욱이 힘이 세진 식약청을 두고도 걱정이 많다. 이미 업체 위에 군림하는 '갑'인 식약청이 위상 강화로 '슈퍼 갑'이 되면서 눈치 볼 일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나 식약청이나 업계에서 바라볼 땐 규제 기관이다. 규제 기관이 늘어나는 데 반길 리가 있겠느냐" 업계 관계자의 깊어지는 한숨을 해결할 묘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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