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증권사 직원도 '레버리지 ETF'…하락장 선물 매수로 지수 급락도 완충
#증권사 영업점 지점에 근무하는 김대리(32)는 당일 약정을 채우지 못해 오늘도 마음이 무겁다. 고객에게 매력적인 종목을 추천하고 싶지만 마땅한게 없다.
때마침 코스피 지수는 하락 중. 김대리는 불현듯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매수 타이밍입니다"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로 김 대리는 오늘도 온라인 약정 2억원을 채울 수 있었다.

주식시장 상승시 2배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ETF가 증권업계 투자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증권사 직원까지 살리는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1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 펀드닥터에 따르면 국내 대표 레버리지 ETF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는 18일 기준으로 순자산이 3조29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 펀드(2조5100억원)보다 더 많은 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레버리지 ETF의 총 거래대금은 3268억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의 44.2%를 차지했다. 이는 코스피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9.2%에 해당된다. 지수가 급락할 때면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 비중이 20%까지 치솟는 날도 있다.
◇"뜨거운 것이 좋아" 투자자 환호성=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의 2배를 수익률로 얻을 수 있는데다 펀드처럼 코스피200 종목에 고르게 투자할 수 있고 거래는 종목 매매와 똑같다. 선물·펀드·주식의 장점을 모두 갖춘 셈.
선물·옵션이나 주식워런트증권(ELW)과 달리 상품구조를 이해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내리면 사고 오르면 판다'는 단순한 원리에 맞춰 투자할 수 있고 증거금도 필요 없다. 덕분에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금융상품으로는 유래없는 대중성을 획득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시장 변동성이 급감하자 그나마 변동성에 투자할 수 있는 레버리지 ETF의 인기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1700~2050포인트 박스권에서 등락하자 레버리지 ETF가 하단에서 사고 상단에서 파는 변동성 매매의 주역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4월 북한의 전쟁 위협에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자 하루 만에 3대 레버리지 ETF(삼성, 미래, 한투운용)에 24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기도 했다.
특정 기업이 아닌 시장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프라이빗 뱅커(PB)나 증권사 영업점 직원도 레버리지 ETF를 선호하고 있다. 종목을 추천할 때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지만 레버리지 ETF는 시장이 많이 하락할 때 별다른 설명 없이 추천할 수 있다. 덕분에 레버리지 ETF는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증권사 직원에게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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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규 삼성자산운용 패시브 본부 본부장은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며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투자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락장에선 '폭탄 처리반'=규모가 커진 레버리지 ETF는 증시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매도하면서 지수가 급락하는 날이면 레버리지 ETF가 구원투수로 등장한다.
코스피200 지수를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보통 코스피200 주식과 코스피200 선물을 50%씩 담고 있다. 즉,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들어오면 운용사는 코스피200 주식과 선물을 동시에 매수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이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매도, 지수를 끌어내리는 날이면 레버리지 ETF에 자금이 유입돼 외국인이 파는 선물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선물·옵션 동시만기처럼 외국인이 매수차익잔고를 청산하는 날이면 선물 매수로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 하락을 막아 매수차익잔고 '폭탄 처리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레버리지 ETF의 선물 매수가 외국인 매수차익잔고 폭발을 막고 있다"며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떨어질수록 설정잔고가 늘며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과 함께 지수를 지탱하는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가지수가 오르는 날이면 레버리지 ETF가 상승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수가 올라갈 때 환매가 들어오면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매도하기 때문에 지수 상승폭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