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본시장의 미래 결정할 3가지 열쇠와 정부정책

[기고]자본시장의 미래 결정할 3가지 열쇠와 정부정책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2013.12.16 07:40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은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자본시장이 얼마나 활력 있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보면 그 나라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다. 투자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상장기업의 숫자, 유상증자 실적, 주식 거래량, 2천선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가지수, 펀드 탈출, 채권시장 양극화 등이 이를 방증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그럼 앞으로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이 역동성을 회복하고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은 무엇일까? 수 없이 많은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 국내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부터 기관투자자의 주식투자 확대, 펀드 활성화 등등 큰 사안부터 작은 사안까지 관점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필자는 크게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연금자산, 우량기업, 젊은 세대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미래는 이 세 가지 열쇠에 달려 있다고 본다.

첫 번째 열쇠는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연금자산을 얼마만큼 자본시장 투자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여부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합치면 2012년말 현재 약 677조원이고 이것이 2020년경에는 약 1,600조원에 이를 예정이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현재와 같이 은행 예금이나 국공채에만 머무르고 주식이나 회사채 투자를 외면한다면 자본시장의 발전은 요원해 질 것이다. 반대로 연금자산의 상당부분이 자본시장 투자로 연결된다면 수요측면에서 엄청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연금자산의 안전자산 편중운용은 낮은 수익률로 귀결되기 때문에 연금 가입자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노후기반이 될 연금자산을 투자위험성이 따르는 주식이나 회사채 투자에 몰입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와 같은 과도한 안전자산 편중운용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과 자본시장 투자가 선진국과 같은 수준에 이른다면 가입자의 자산증식이나 자본시장의 미래, 양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연금자산의 자본시장 투자 활성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삼은 것이 그 예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노후자산을 주가 부양에 이용하려 한다는 편파적, 감정적인 주장과 논리를 어떻게 극복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느냐에 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 시민단체, 노동조합, 언론 등의 활발한 토론과 합리적 대안 모색 노력이 절실하다.

두 번째 열쇠는 우량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기업을 얼마만큼 자본시장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지 여부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 같지만 현실은 심각하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우량기업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실물경제나 주식시장의 침체 국면과도 연관성이 있겠지만, 경기흐름이나 시장상황 탓으로 만 돌리기에는 사정이 예사롭지 않다.

2012년부터 신규 상장기업의 수가 대폭 감소하고 있음은 물론, 전체 상장기업 숫자조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상장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업 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기업들의 주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상장기업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업들이 상장을 회피하고 있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기업들이 상장을 회피하고 있는 이유가 단순하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상장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는 상장에 따른 각종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인데 이러한 부담을 해소하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다. 경제민주화, 경영투명성 제고, 투자자 보호, 사회적 책임 등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명분과 필요성으로 도입된 규제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미래와 경제 활력회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결단이 필요한 문제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관계기관 협업을 통해 기업 상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문제인식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열쇠 역시 정부 관계부처는 물론 정치권, 시민단체, 언론, 기업 등의 지지와 협조 없이는 풀기 어려운 만만치 않은 과제인 만큼, 범 국민적인 문제인식과 해결 노력이 절실하다.

세 번째 열쇠는 젊은 세대들을 얼마만큼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젊은 투자자들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래의 중심 투자 층이 될 젊은 층이 재테크 방법으로 주식이나 펀드투자 보다는 예·적금을 선호한다면 현재와 같은 안전자산 편중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다소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특성이다. 그런데 이러한 젊은 층이 투자 상품을 외면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된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의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현재 금융위원회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장기세제혜택펀드의 도입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 상품은 연 소득 5천만원 이하의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30세대의 재테크 상품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의 개설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금융투자업계의 문제인식과 대응 노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젊은 층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투자 상품을 내놓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장기적 시각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영업 전략과 상품 운용도 필요하다.

자본시장의 활력과 기업 활동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기업의 경영 부진이 자본시장의 침체로 이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자본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기업의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이것이 궁극적으로 일자리 감소 등 실물경제의 침체로 귀결될 수 있다. 그만큼 활력 있는 자본시장은 경제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본시장의 미래를 결정할 세 가지 열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지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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