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제왕' 롯데, 동양證 인수로 소매영업 제압하나···금융그룹 도약 위한 발판 마련될까
롯데그룹이 동양증권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롯데는 10여년 전 동양카드를 인수하면서 동양과 인연을 맺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 동양증권까지 인수하면 '증권-보험-카드'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내부에 동양증권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제반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는 동양증권 인수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동양증권과 직접 대면이 아닌 간접 경로를 통해 세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핵심 관계자는 "증권사 경영 현황은 대부분 숫자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수 대상) 회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검토 작업을 할 수 있다"며 "롯데그룹이 수시로 동양증권 관련 자료 등을 입수하고 현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동양사태 이후 업계에는 롯데가 동양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한 때 돌았지만 롯데측이 강력히 부인하면서 곧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달 법원이 동양증권 조기매각 방침을 허가하면서 롯데그룹측이 비밀리에 인수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관측된다.
수년 간 금융산업에서 영역을 넓혀온 롯데에 동양증권은 여러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매물이다. 카드, 손해보험, 캐피탈을 금융 계열사로 두고 있는 롯데가 현행법상 가능하지만 유일하게 보유하지 않고 있는 금융 부문이 증권업이다. 동양증권을 인수하면 각 금융계열사의 영업기반을 주축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금융그룹으로 발돋움이 가능하다.
금융그룹화는 과거 노무라증권에 근무하면서 금융업에 대한 식견을 넓혀온 신동빈 롯데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신 회장은 2002년 ㈜동양 계열사였던 동양카드 인수도 전두지휘했다.
동양증권의 매각가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인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최근 증권업계에는 동양증권을 비롯해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다수의 매물이 나와 있지만 '짠돌이' 기업문화로 유명한 롯데 입장에서 눈독을 들일만한 곳은 동양증권 정도다. 동양증권은 자기자본이 1조1116억원이지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는 현재 2000억원대 수준에 불과하다.
계열사 동양파이낸셜대부 손실과 금융감독원이 조사하고 있는 불완전판매 부분에 대한 배상액 등을 감안할 때 매각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동양증권이 내년에도 988억원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기자본 규모는 2014년 3월 말 9913억원, 2015년 3월 말에는 8925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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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이 오랜 기간 소매영업 부문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유통업계의 강자인 롯데로선 매력적인 부분이다. 대기업들이 인수 결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이 상대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동양증권에 관심을 보여온 인수후보 중 수면 위로 드러난 곳은 두 곳 정도다. 인수전 첫 타자로 들어온 대만계 1위 증권사 유안타증권은 최근 실사를 마치고 내부적으로 추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야심차게 동양증권에 관심을 보이던 초기와는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공개매각 방식을 예상하지 못했던 유안타증권은 실사 결과와 매각가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유력 인수후보로는 KB금융이 거론된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하면 동양증권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KB금융 이사회는 동양증권을 포함해 증권사 M&A(인수·합병)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태경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은 대주주의 신인도에 따라 가파르게 하락했던 시장 지위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며 "동양증권이 우량한 주주기반을 확보하면 과거 우량 증권사의 지위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