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안정성 고려해 내년 3월로 가동일 연기···업계선 비용 부담 불만 볼멘소리
한국거래소의 새 전산시스템 가동 개시일이 한 달 늦춰진다. 일부 회원사들의 일정 연기 요구와 함께 시스템의 안정적인 가동 필요성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차세대 IT시스템인 엑스추어 플러스(EXTURE+)의 가동 예정일을 내년 2월3일에서 3월3일로 한달 연기하기로 했다. 엑스추어 플러스는 2009년 3월에 첫 가동에 들어간 엑스추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일부 회원사들이 시행일을 미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거래소 역시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가동 개시 날짜를 한 달 늦추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당초 내년 2월 시스템 개시에 맞춰 지난 9월부터 엑스추어 플러스의 모의 가동(테스트)을 시작하는 등 필요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엑스추어 플러스 도입은 최경수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사실상 처음 내놓는 신규 서비스인 만큼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부 회원사들이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2~3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거래소의 고민이 깊어졌다. 엑스추어 플러스 도입은 금융투자업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거래소 입장에서는 소수라도 시행일을 늦춰달라는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렵다.
거래소도 시스템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시간을 좀더 갖고 보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와 업계는 지금까지 테스트 과정에서 일부 오류를 발견했고 현재 이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거래소 전산 부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최 이사장은 이번 엑스추어 플러스 가동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 최 이사장은 "전산 사고는 절대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직원들에게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발생한 거래소 전산 장애와 한맥투자증권의 옵션 주문 실수로 인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거래소는 지난 7월 이틀 연속으로 전산사고를 내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았다. 한맥투자증권은 내부 직원 실수로 대규모 거래오류 사고를 일으켰지만 회원사 공동기금으로 손실분을 충당한 상태다.
업계는 거래소의 이번 결정을 수긍하면서도 추가 예산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 대부분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는데 전산 용역을 쓰는 회사들은 시행일이 연기되면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원사 일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의견 조사에서도 회원사의 50% 이상은 예산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고려해 시행일 연기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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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엑스추어 플러스 가동이 한 달 늦춰지면 일부 증권사들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 단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만 전산 시스템 안정성 문제를 간과할 수 없어 대놓고 싫은 내색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거래소와 회원사들이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에 투입한 총 금액은 약 600억원대로 추산된다. 4년 전 엑스추어 구축에 들어간 자금은 1000억원대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