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 치고 ECM 정복 나선 KB투자증권

'배수의 진' 치고 ECM 정복 나선 KB투자증권

유다정 기자, 박진영
2014.05.16 06:20

[인터뷰]박성원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상무

채권강자 KB투자증권이 주식자본시장(ECM)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지난해 회사채 발행 실적이 1위인 채권시장의 강자다. 반면 지난해 ECM에서는 두 건의 소규모 주관 실적을 올리는데 그쳐 ECM에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다. 이런 모습이 올들어 싹 바뀌었다. KB투자증권은 올들어 5520억원의 GS건설 유상증자, 1330억원의 KCC건설 유상증자, 2165억원의 동국제강 유상증자 등 굵직한 거래에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올 상반기 ECM 주관 실적에서 최상위권을 노릴만한 기록이다. 올 1분기 회사채 발행 실적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린 성과다.

"지난해초 한 해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ECM팀이 '배수의 진'을 치겠다고 했습니다. 2009년에 팀이 만들어졌는데 3년 넘게 성과가 없으니 어떻게든 실적을 내야한다는 생각이었죠." 박성원 KB투자증권 기업금융부 상무의 말이다.

박성원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상무/사진제공=KB투자증권
박성원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상무/사진제공=KB투자증권

당시 한계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식 발행을 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거라는 전략적인 판단도 깔렸다. 특히 유동성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 건설사들 위주로 증자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영업망을 넓혔다. KCC건설의 유상증자 거래에 단독 대표주관사로 참여하게 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실력만 있으면 ECM 거래를 해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도 호재였다. "기업들이 과거에는 원활한 청약을 위해 지점이 많고 자본금이 큰 대형 증권사를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청약하러 지점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청약율이 90%를 넘어섰습니다. 발행사들도 이제는 지점 수를 따지는 대신 실질적인 정보를 주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주는 증권사를 찾고 있어요."

채권 발행을 통해 형성된 고객과 관계도 큰 도움이 됐다. GS건설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은 한때 너도나도 회사채 주관을 맡겠다고 달려들던 기업 중 하나인데 재작년 하반기부터 실적 전망이 악화되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대형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 주관을 꺼릴 때 KB투자증권은 2012년 10월과 지난해 2월에 주관사로 나섰다. 예상대로 수요예측 결과 미달 물량이 발생해 KB투자증권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지만 GS건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표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신의를 지킨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KB투자증권은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의 회사채 발행 거래에서도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건설업종의 취약함이 부각되고 KT 자회사인 KT ENS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여파로 모기업의 보호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때라 포스코건설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겠다는 증권사가 없었다. 결국 KB투자증권만 대표주관에 나서 체계적인 발행 계획을 세워 성공적으로 기관투자자를 모았다.

박 상무는 "기업과 함께 진심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업금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솔아트원제지가 고금리를 감당할 여건이 안돼 고심하던 중 KB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기계장치와 특허권, 영업권 등을 기반으로 하는 '동산담보부사채'를 발행하자는 해법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채권자본시장(DCM)에서는 오랜 시간 기업들과 소통하며 관계를 쌓아왔고 ECM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는 앞으로도 계속 주관 실적을 쌓을 예정이고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IPO(기업공개) 4~5건을 성사시키고 코넥스시장 상장도 10건 정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기업금융부 내 수익 기준으로 보면 DCM이 40%, ECM이 30%를 내고 있다. KB투자증권의 텃밭인 채권시장뿐 아니라 ECM에서도 고르게 수익이 나면서 지난해 초에 결심했던 '배수의 진'이 효과를 내고 있다.

박 상무는 수익을 내기 위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선 "다양한 기업들의 회사채를 발행해왔지만 지금껏 발행사가 부도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리스크 관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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