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은 내 운명, 알뜰폰이 도약의 발판"

"통신은 내 운명, 알뜰폰이 도약의 발판"

유다정 기자
2014.10.21 08:50

[인터뷰]이통형 아이즈비전 회장,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삐삐(무선호출기)와 시티폰(발신전용 휴대전화)이 대세이던 1990년대 초에 통신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중견 통신기업이 있다. 대우통신이 모태인 머큐리를 인수해 최근 상장 작업을 시작한 알뜰폰 사업자아이즈비전(2,000원 ▼175 -8.05%)이다.

이통형 아이즈비전 회장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격변기를 걸어온 인물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이동통신의 약자인 '이통'이 제 이름 첫 두 글자"라며 "통신사업은 내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아이즈비전은 2010년 이동통신재판매(MVNO)법이 통과된 이듬해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1호 기업이다. 이 회장은 업계에서 쌓은 신뢰와 인맥을 바탕으로 지난 8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2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아이즈비전은 대기업 계열이 아닌 중소사업자지만 가입자수가 33만명이 넘는다.

1978년에 LG전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 회장은 15년간의 대기업 생활을 마치고 1993년에 부산의 중소기업인 부일이동통신(현 아이즈비전)에 이사 대우로 입사했다. 설립된 지 몇 달밖에 안 되는 신생 무선호출기 회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통신시장에 사업의 기회가 있다고 확신해서다.

예상대로 삐삐는 급속도로 보급돼 전국민의 허리께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시티폰 사업도 시작했다. 부일이동통신은 10년도 지나지 않아 부산 지역의 10대기업으로 떠올랐고 1997년에는 코스닥시장에도 상장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일까. PCS(개인휴대통신) 단말기가 등장하자 삐삐와 시티폰은 빠른 속도로 몰락했고 1998년에 돌연 적자로 돌아섰다. 부일이동통신은 당시 대주주였던 한창그룹에 2500억원 가량을 지급보증했는데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모그룹의 부실까지 전이돼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회장은 "1998년에 대표가 됐는데 그 땐 이미 회사 재무구조가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상태였다"며 "대주주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결국 제 손으로 이 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산전수전을 겪은 이 회장은 회사를 2년만에 살려냈다. PC통신 나우누리 지분이 밑거름이 됐다. 나우누리 2대주주였던 아이즈비전은 이 지분을 팔아 200억원을 손에 쥐게 됐고 차입금 상환, 부채 탕감, 출자전환을 통해 가까스로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이 회장은 이 때 회사의 저력을 믿고 사재를 털어 회사의 경영권 지분을 사기로 결정했다.

그는 "은행에서 적잖은 돈을 빌렸고 집도 팔고 우호지분을 행사할 투자자까지 모아 인생을 걸었다"고 말했다. 한창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한 그는 2001년 오너로 새출발했다. 현재 그는 아이즈비전 지분 15.45%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즈비전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존해온 밑바탕에는 직원들의 경영개선 아이디어를 상향식으로 수렴하는 제안 제도도 있었다. 이 회장은 직원들이 내놓은 수백 개의 사업 아이디어를 꼼꼼하게 검토해 받아들일 만한 것은 받아들인다. 이 회장은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직원들과 계급장을 떼고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아이즈비전은 무선호출기 가입자 100만명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카달로그 홈쇼핑을 시작했다. 한 직원이 앞으론 TV홈쇼핑이 대세라고 제안하자 그는 곧바로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관련 사업에 착수했다. 지금은 롯데홈쇼핑이 된 우리홈쇼핑의 공동설립자 중 한 곳이 아이즈비전이다.

우리홈쇼핑은 2006년에 롯데홈쇼핑에 매각됐다. 이 회장은 매각한 사업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아쉬울 때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회는 항상 찾아온다"고 답했다. 2007년 머큐리(옛 대우통신)를 인수하고 2011년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것도 그가 포착한 사업의 기회다. PC 기반의 웹 시대가 가고 모바일 세상이 왔다고 직감한 그는 200개가 넘는 기업 목록들을 꼼꼼히 살펴본 뒤 머큐리를 인수했다.

머큐리는 해외 PEF(사모투자펀드)인 CVC아시아퍼시픽과 칼라일, PPM벤처스 등에 인수됐다 법정관리에 놓여 어려움을 겪던 기업이었다. 이 회장과 아이즈비전은 이 기업이 가진 35년의 기술력과 우수한 전문인력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인수했다.

아이즈비전에 인수돼 법정관리를 졸업한 머큐리는 와이파이 공유기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머큐리는 2012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으며 이르면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실시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수성을 뜻하는 머큐리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모든 것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한때 적자였던 아이즈비전은 알뜰폰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 350만명이던 알뜰폰 가입자가 연말까지 450만명, 2020년에는 1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선진국은 이동통신 가입자의 30% 가량이 알뜰폰을 쓰는데 우리는 아직 7% 정도라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아이즈비전, 머큐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맞는 기업을 M&A(인수·합병)하기 위해 항상 예비후보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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