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와 위험의 차이

리스크와 위험의 차이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교육포럼 대표
2014.10.27 08:43

[기고]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교육포럼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

투자교육 활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많은 투자자들이 리스크와 위험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무모한 투자를 해도 되는가 걱정이 될 정도로 무목적 충동투자가 유행했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 IT주식이 붐을 이루던 시기에는 가정주부가 남편의 퇴직금을 변동성이 큰 IT주식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대부분을 날리는 사례까지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십 여 년 사이에 이런 저런 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이제는 투자상품은 거들떠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괜히 위험한 상품에 투자했다 큰 손해를 보았다. 앞으로 그런 상품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겠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위험한 상품’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리스크가 큰 상품에 투자했다가 관리를 잘못해 손실을 봤다는 것이 보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흔히들 리스크(RISK)라고 하면 '위험(危險)'이라는 우리말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처럼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품을 위험한 상품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가격 하락 = 위험'이 연상되어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위험'이라는 말의 정확한 영어표현은 Danger이다.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다”라고 말할 때의 위험인 것이다. 그러나 리스크는 위험한 상황과는 다르다. 위험과 리스크 모두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지만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속성이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따르는 상품의 하나인 주식에 투자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잘만 관리한다면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리스크의 속성이다.

리스크의 라틴어 어원은 ‘용기를 갖고 도전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남학생이 사귀고 싶은 여학생이 있을 때 그 여학생을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데이트신청을 하면 상대가 응해줄 수도 있지만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따른다. 거절당하는 것이 겁나서 데이트 신청을 포기한다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따라서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상대가 응해오도록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가장 많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직장은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했더니 60%정도가 ‘공무원’이라고 대답했다는 말을 들은 일도 있다. 어머니들이 "위험한 직장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안전한 직장에 가야 한다"고 쇄뇌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대기업, 공무원이 미래에도 안전한 직장일까? 한번쯤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안정된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그 직장이 불안정한 직장으로 바뀌는 경우를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그곳에 있던 직장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경쟁력을 잃고 더 큰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리스크를 안고 도전하는 쪽으로 직장관을 바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역량과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직장이 곧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두려워 금융기관이 원리금을 책임져주는 예금만 해서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용기를 갖고 공부를 해서 가격 변동의 리스크가 큰 투자상품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리스크가 작은 저축상품과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상품의 차이를 확실하게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저축은 ‘아껴서 모으다’ 라는 뜻이다. 은행예금이 대표적인 저축상품에 속한다. 저축상품에 가입을 하면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는 느리지만 원리금 손실을 볼 염려는 거의 없다. 금융기관이 운용의 결과를 책임져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투자’는 ‘가능성을 믿고 자금을 투자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다. 믿었던 대로 되면 크게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리금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투자의 결과가 잘되든 잘못되든 모두 투자자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주식, 채권, 펀드 등이 대표적인 투자상품이다. 그렇다면, 왜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상품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자산을 불려나가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인가?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시대가 정착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배우자나 직업을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자산을 운용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리스크를 알지 않고서는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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