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해체, 실트론 인수금융 디폴트 겪고 4년 만에 재개…"해외 매각 가능성"
보고인베스트먼트(이하 보고펀드)가 2011년 첫 시도 이후 중단했던 동양생명보험 경영권 지분 매각을 4년 만에 재개한다. 올 상반기 중에 매각을 시작해 이르면 연내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고 거래를 완료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3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보고펀드는 상반기 중 새롭게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동양생명 경영권 지분 57%를 파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당초 4년 전 첫 매각 시도가 이뤄졌을 때 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였으나 상반기부터 재개될 거래는 JP모간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CS와는 계약이 만료됐고 JP모간은 지난해 보고펀드와 동양생명이 공동으로 추진한 LIG생명보험 인수 주관사를 맡으면서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는 2006년부터 3차례에 걸쳐 동양생명 지분에 투자해 50%가 넘는 경영권 확보수량을 차지했다. 동양그룹은 당초 동양생명을 다시 인수하기로 하고 지분을 넘겼지만 지난해 해체되는 상황을 맞아 이들의 우선매수권은 사실상 소멸됐다.
보고펀드는 동양그룹이 건재했던 2011년 말부터 투자금 회수를 위해 동양생명 매각을 시작했다. 이 거래는 이듬해 한화생명이 인수자로 나서면서 양자협상으로 이어졌고 주당 2만원대의 가격적 합의점까지 도출되며 성과를 내는 듯 했다. 하지만 동양그룹의 경영간섭이 지속되고 파인크리크 골프장 등 동양 계열사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겹치면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한화생명이 동양생명을 포기하고 ING생명 인수전에 나서면서 거래는 깨지고 말았다.
보고펀드는 한화와 협상이 종결되고 오히려 동양생명의 몸집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선회해 ING생명 인수전에 나서 한때 우선협상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금조달 실패로 ING생명을 MBK파트너스에 넘겨줬고 이후 지난해 LIG손해보험 인수전에도 나섰지만 KB금융지주에 밀려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보고펀드와 동양생명이 전략적으로 갈팡질팡한 사이 동양그룹은 지난해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 사태로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상태에 놓이며 사실상 해체됐다. 동양생명도 이 소용돌이 속에서 고객 일부가 이탈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엔 오히려 모기업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이 회사의 2011년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1308억원에서 2013년 992억원까지 줄었지만 2014년 전망치는 1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펀드는 57%의 보유 지분을 3차례에 걸쳐 주당 평균 1만3000원대에 매입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들이 동양생명을 주당 2만원 이상에 매각(약 1조2400억원)하면 실트론 사태로 떨어진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트론에 투자한 보고제1호PEF는 아이리버와 BC카드, 노비타 등 다른 투자처에서 자금을 회수해 원금(5500억원) 중 3720억원을 다시 투자자들에 돌려줬다. 실트론 투자금을 모두 포기한다 해도 동양생명 매각(1호펀드 13.5%)으로 주당 1만8000원 이상을 회수하면 전체 펀드의 원금을 건지고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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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트론 사태로 인해 보고펀드는 2개 회사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창업주인 변양호 이재우 대표는 보고인베스트먼트에 남아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자산에 대한 대체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미국계 PEF 운용사인 KKR과 함께 한국토지신탁 인수를 계획한 곳이 이 부문이다.
동양생명 매각은 보고인베스트먼트에서 분리된 VIG(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가 진행할 계획이다. 박병무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 회사로 기존 신재하 공동대표와 이철민, 안성욱 부대표 등 실무진이 모두 이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거래 관계자는 "보고펀드의 동양생명 투자기한이 올해 8월까지라 거래를 서두르고 있다"며 "다행히 국내는 물론 해외 원매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돼 딜은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