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매출채권, 인기 높은데 왜 옵티머스만 많이 팔았을까

관공서 매출채권, 인기 높은데 왜 옵티머스만 많이 팔았을까

김소연 기자
2020.06.24 16:07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펀드 설정 초기부터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UM(운용자산) 규모가 3000억원 안팎의 소규모 운용사가 관공서 매출채권으로만 8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을 때 이미 자산 부실화를 우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은 지난 23일 판매사를 대상으로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15호, 16호'에 대해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펀드 만기는 6개월, 환매 연기 금액은 297억원이다. 옵티머스운용은 지난 18일 25, 26호에 대해 약 384억원 규모 환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기준 환매 중단액은 681억원으로 불어났다.

'확정금리성 자산' 투자 홍보…펀드도 6개월 단기로 조성

옵티머스 환매 중단사태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판매 잔고가 아직 4000억여원 남아 있는 데다, 옵티머스 펀드 대부분이 비슷한 구조인 탓이다. 옵티머스는 펀드 자산의 95%를 관공서 매출채권에 투자하기로 돼 있다. 공사가 이미 완료된 상태인 확정매출채권과 공사 완료 기한이 남은 잔존매출채권에 10~80%를 투자하는 구조인데, 확정매출채권 등 확정 금리성 자산에 주로 투자한다고 홍보해왔다.

물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옵티머스운용이 펀드에 다른 채권을 담은 데 있다. 관공서 매출채권을 담겠다고 해놓고 대부업체나 한계기업 사모사채를 담아 환매 연기를 초래했다. 또 사모펀드 제도 허점을 이용해 PBS(프라임브로커서비스)가 아닌, 사무관리회사(예탁원)과 수탁은행(하나은행)을 쓰는 방식으로 감시의 눈을 피했다.

그러나 불과 2년 전까지 대표이사 횡령 사건 등을 겪어 몰락 위기에 처했던 소규모 운용사가, 물량이 적다는 관공서 확정매출채권으로만 수천억 원 대 펀드를 조성한 것에서 이상기류를 감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하기 어렵다던 관공서 매출채권, 옵티머스는 수천억 펀드 조성

옵티머스운용은 전 대표의 횡령사건 이후 어려움을 겪다가 2018년부터 관공서 매출채권 펀드로 안정을 되찾았다. 당시 옵티머스운용은 AUM이 3000억원대에 불과해 업계에서 주목하지 않는 사모운용사였다. 펀드 조성 초기에는 일부 기관 위주로만 소규모 판매를 했다. 관공서 확정매출채권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면서 PB(프라이빗뱅커)들의 요청이 이어져 개인투자자용 사모펀드로 출시됐고 현재까지 8000억원 가량 팔려나갔다.

관급공사 시장 규모는 수백조 원이고 물량도 많다. 그러나 관공서 매출채권이 사모펀드 시장으로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도로공사나 LH공사는 대부분 거래하는 건설사 등에 공사대금을 익월 결제해준다.

이들의 확정매출채권은 한 달이면 현금화되기 때문에 굳이 유동화를 하지 않고, 자금이 급할 경우에도 쉽게 은행 등에서 할인 거래가 가능하다. 특히 관급공사를 수주한 기업이 우량회사일 경우에는 매출채권 유동화를 위해 만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고 어음 할인율도 높은 사모펀드 시장으로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 채권업계 관계자는 "관급공사 확정매출채권은 익월 말 결제되니까 유동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고 유동화할 경우에도 채권 안정성이 높아 은행을 통해서 유동화가 어렵지 않다"며 "은행에서 잘 안 받아주는 기업들의 매출채권으로 펀드를 조성하다 보니 물건이 부족했을 것이고, 결국엔 다른 자산을 넣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아예 관공서 매출채권을 취급하지 않고 있고,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옵티머스운용만이 대규모로 관공서 매출채권 펀드를 팔았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눈여겨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사고 이력이 있는 운용사가 다른 운용사가 취급하지 않는 자산으로만 수천억원대 사모펀드를 꾸렸다면 그 자체로 눈 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서면조사를 진행해서 사모사채 비중이 크고 만기 미스매치 문제도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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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증권부 김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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