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해진 지역주택조합 임의세대 가입, 사기일까?

만연해진 지역주택조합 임의세대 가입, 사기일까?

중기&창업팀 홍보경 기자
2021.05.24 12:27

서울에 터를 잡은지 얼마 되지 않은 A씨는 지난 3월 서울 영등포의 한 지역주택조합 홍보관에 방문했다. 내 집 마련이 시급한데 서울 집값은 금값이 된 지 오래고,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한 청약 시장은 청약통장이 없는 A씨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그래서 청약경쟁을 치르지 않고도 서울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지역주택조합에 관심을 두게 됐다.

법무법인 명경 서울 김재윤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명경 서울 김재윤 대표변호사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약 30% 저렴한 분양가로 조합원 가입계약을 맺은 A씨는 너무 순조롭게 진행된 계약이 미심쩍어 홍보관 직원에게 재차 문제없는 계약인지 물었다. 이에 홍보관 직원은 "전혀 문제없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집에 돌아온 A씨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부동산전문 로펌에 연락했다. 그리고 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체결한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었는데, 외국인은 지역주택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것과 A씨가 서명한 계약서가 조합원 가입계약서가 아닌 임의세대 계약서였다는 것을 말이다.

조합장 및 대행사의 비리, 사업의 장기화 등으로 조합원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이 이번엔 부적격 조합원 모집 행위로 문제 되고 있다. 조합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이들을 소위 임의세대, 준조합원이라고 일컬으며 조합 계약을 유도하고 있어서다.

지역주택조합은 청약경쟁을 피하는 대신 조합원 자격을 엄격히 심사한다. 주택법에 따라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주거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세대의 세대주여야 한다. 또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신청일을 기준으로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서울과 같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1년 이상 계속해서 거주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격 기준은 조합아파트 완공 후 입주 시점까지 유지해야 한다.

만약 주거면적이 85㎡를 초과하는 주택 1채를 소유하거나,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면 지역주택조합원이 될 수 없다.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도 가입할 수 없다. 이에 주민등록법상 세대주가 될 수 없는 외국인도 지역주택조합 가입이 제한된다.

부동산 전문 법무법인 명경(서울)의 김재윤 대표변호사는 "조합원 자격이 되지 않아도 임의세대로 가입하면 조합원과 동등한 지위를 얻어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매하면 된다고 홍보하며 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임의세대, 즉 임의분양은 주택법상 조합원에게 남는 주택이 30세대 미만일 때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조합원과 임의세대를 동시에 모집하는 행위를 법령 위반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지역주택조합 업무를 대행하며 부적격 조합원을 모집해 수수료를 챙긴 건설업체 대표 B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중국인 A씨의 법률 대리인이었던 김재윤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조합원 가입 자격이 안 되는 외국인인 의뢰인을 조합에 가입시킨 것은 사실상 지역주택조합 사기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다행히 조합 측에서도 잘못을 알고 있어 조합 계약을 무효화하고 의뢰인이 납입한 분담금 4000만 원 전액을 돌려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재윤 변호사(법무법인 명경 서울)는 이어 "준조합원이나 임의세대 계약을 맺었다가 총 세 번 실시되는 조합원 자격 심사 때 부적격 통보를 받아 조합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당한 가입자들의 수가 늘고 있다"며 "지역주택조합원은 자격 요건 중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가입할 수 없거나 기존 조합원은 자격이 상실될 수 있으므로 본인이 가입 자격 요건이 되는지 필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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