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증권사 신규계좌 만들려면 서류 40장 사인해야…이달부터

[단독]증권사 신규계좌 만들려면 서류 40장 사인해야…이달부터

김하늬 기자
2021.06.08 09:25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금융권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중소금융업계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안착 방안과 주요현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2021.4.9/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금융권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중소금융업계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안착 방안과 주요현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2021.4.9/뉴스1

#개인 신용 정보 동의서만 25페이지, 고객 사인 항목만 15개. 이밖에 목적확인, 본인확인, 주식거래확인, 서비스 신청 등 최대 40페이지.

6월부터 증권사 지점이 '서류 대란'에 빠졌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이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으로 새로 정의된 '고난도금융투자상품'의 투자 안내가 강화되면서다. 신규 개설자는 최대 40여장에 서명해야하고 그 '서류'들은 창구에 쌓여간다.

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투자자가 작성해야 하는 개인신용정보 동의서만 20~24장에 달한다. 65세 이상 개인투자자는 '녹취'와 함께 설명을 들었다는 고객 사인만 14번 해야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본인확인서와 투자자별 투자정보설명서, 목적확인서, 약관 및 간이투자설명서, 주식거래확인서, 서비스 신청서 등도 일일이 확인하고 '사인'해야 한다.

투자성향테스트에서 '부적합'이 나온 사람은 일부 보완 서류가 추가된다. 또 제대로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용 서류도 징구된다. 성인 본인 기준 35~40페이지 서류가 계좌 개설에 추가된다.

주가연계증권(ELS) 상품과 같은 고난도금융투자상품 가입을 희망하면 절차와 시간은 늘어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고난도금융상품'을 새로 정의했다. 최대 손실가능금액이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펀드 등이 해당된다.

상품별 투자설명서와 요약투자설명서를 확인해야 한다. 새롭게 도입된 숙려제도에 따라 가입희망 후 2일 정도 기다린 뒤 다시 확인해 최종적으로 상품에 가입해야하는데 숙려제도 관련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서와 요약설명서를 교부받았다는 확인서도 내야 한다.

한 증권사 직원은 "시행령 개정에 발맞춰 6월부터 신규 대면 가입자 서류가 변경되면서 개인신용정보동의서만 25장에 달하고 고객 싸인만 최소 12번 받아야 한다"며 "대부분이 전자서류로 갈음하지 못하고 일일이 종이로 받다보니 성인 1명에 35~40장의 서류철이 마치 '책'처럼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전자서류로 갈음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전자서류의 보관, 저장, 폐기, 암호화 등의 별도 문제가 따라오다보니 빠르게 재편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증가한 비대면 신규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주요 대형 증권사는 올해 4월 이후 비대면 신규계좌 개설 비율이 70~80%대까지 증가했다. 공모주 신청을 위한 지점 '방문 대란'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대면으로 옮겨가는 추세란 의미다.

증권사 관계자는 "비대면 가입의 경우 팝업 등으로 비대면 요약동의서를 안내고 개인이 직접 '클릭'하면서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상세동의서 배부 여부도 개인이 직접 체크해서 볼 수 있게 구축해 상대적으로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ELS나 고위험펀드상품을 비대면-온라인으로 가입하려는 투자자는 별도의 '권유'를 받은게 아니라 직접 온라인에서 선택해 고르는 방식이다 보니 녹취가 생략된다"며 "개인이 상품을 골라서 설명서를 확인하고 필요한 사항을 체크하며 다음단계로 넘어가다보니 비대면이 점점 선호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면 판매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나 고령자에 한하던 녹취의무가 일반투자자로 확대되면서 지점에서 '의무방어전' 차원의 징구서류가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 60%정도로 늘었던 비대면 가입자가 올해 초 70%까지 올라왔고 지난달은 80%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시행령은 녹취와 숙려기간 부여, 그리고 요약설명서 제공 의무만 명시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징구서류를 늘리는 추세는 불완전 판매를 차단하기 위한 자구책일 뿐 시행령에 명시한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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