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안에 "내 계좌는 더 불안"…1조 매물 쏟아낸 개미들

정치 불안에 "내 계좌는 더 불안"…1조 매물 쏟아낸 개미들

김진석 기자
2024.12.09 16:46

[내일의 전략]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한 시민이 "우리집 햄스터도 쮝 대신에 탄핵을 외칩니다"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한 시민이 "우리집 햄스터도 쮝 대신에 탄핵을 외칩니다"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탄핵소추안 폐기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개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빠르게 외면했다.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개인 비중이 큰 코스닥도 5%대 급락해 63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세를 보이긴 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증권가에서도 정치 리스크로 인한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다. 이날 1.47% 하락한 2392.37로 시작한 코스피는 장 중 낙폭을 키우며 2360.18까지 떨어졌다.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32포인트(5.19%) 떨어진 627.01로 마쳤다. 630선이 붕괴된 건 지난 2020년 4월 COVID-19(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이날 지수 하락은 개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개인은 양대 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8896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3020억원 순매도했다. 그간 매도세를 보이며 지수를 압박해온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1011억원, 2049억원씩 사들이며 매수 전환했다. 기관 투자자는 6918억원, 1001억원씩 사들였다. 이달 들어 기관만 꾸준히 매물을 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들 대부분이 파란불(하락)을 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의 하락 종목은 870개로, 상승 종목 수 65개의 13배에 달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 하락한 곳은 1553개로, 상승 종목 수 131개를 크게 웃돌았다.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탄 이후 비이성적 주가 급등을 보여온 정치 테마주를 제외하면 이날 상승 종목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투심 악화를 이겨내지 못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186,200원 ▲7,800 +4.37%)는 1%대 하락 마감했다. 2위 SK하이닉스(876,000원 ▲46,000 +5.54%)를 제외하곤 시총 10위 내 모든 종목에 약세를 보였다. 고려아연(1,484,000원 ▲16,000 +1.09%)은 15%대 내려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POSCO홀딩스(347,500원 ▲6,500 +1.91%)삼성물산(263,000원 ▼1,000 -0.38%)이 각각 4%대, 3%대 하락했으며 기아(150,200원 ▼400 -0.27%), 셀트리온(195,300원 ▼1,400 -0.71%), 현대차(471,000원 ▲5,500 +1.18%), 신한지주(91,800원 ▲100 +0.11%), 메리츠금융지주(112,300원 ▲600 +0.54%) 등은 2%대 떨어졌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0위권에서는 신성델타테크(53,800원 ▼100 -0.19%), 안랩(59,700원 ▲100 +0.17%)을 제외한 48개 종목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10위권에서는 펄어비스(63,200원 ▼3,000 -4.53%), 엔켐(34,900원 ▼700 -1.97%), 클래시스(52,700원 ▲400 +0.76%), JYP Ent.(60,200원 ▲100 +0.17%), 레인보우로보틱스(540,000원 ▼3,000 -0.55%)가 7%대 내렸다. 대장주 알테오젠(365,500원 ▲13,500 +3.84%)휴젤(243,000원 0%), HPSP(42,000원 ▲1,150 +2.82%)는 6%대 떨어졌다. 에코프로(141,500원 ▼900 -0.63%), 에코프로비엠(192,600원 ▼4,300 -2.18%)도 약보합세였다. 엔터테인먼트, 2차전지, 바이오 등의 업종은 개인 매매 비중이 높아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가 증시 전망은?
코스피·코스닥 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기자
코스피·코스닥 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기자

증권가에서는 정치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탄핵 이슈 사례에서 금융시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시 단기 불확실성 해소로 반응했고, 이후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연동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도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연장됐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가 과도한 저점에 머물러 있어 저가 매수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관점에서 자산별 가격 매력이 존재하고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도 믿어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는 애초에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고 이번 계엄령 사태를 한국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한국 민주주의 본원력에 놀랐다는 외신의 반응이 있다"며 "한국의 본원력이 입증된다면 이번에도 박스권 하단은 지켜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번 계엄 사태로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지 않는다면, 코스피 2400 수준에서 저가 매수가 유효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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