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 구인난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사외이사 조건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까다로운데, 여기에 더해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에 대해서까지 확대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외이사들이 민·형사 사법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 상장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증권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명문화돼 있다. 현행은 이사의 충실 의무가 회사에 국한된다.
최근 주주행동주의 환경이 확대되면서 소액주주들이 회사 경영활동과 관련해 사외이사를 고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외이사들은 더 가혹한 사법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도 중소형사들과 코스닥 상장사들은 사외이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까다로운 선임 조건 때문이다. 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는 6년이상 재직을 금지(계열사 포함 9년)하고 해당 상장사 외 1개 회사까지만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 해당 회사의 지분을 1% 이상 보유해도 안 된다.
특수관계인 규정 역시 엄격하다. 최대주주의 6촌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겸직제한이나 지분 보유 규제, 재직 제한 등은 모두 미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내용이다. 특수관계인 규정도 일본은 2촌 이내 친족, 미국은 직계가족만 아니면 된다.
중소 상장사의 경우 보수를 넉넉히 지급할 형편도 못된다. 한국EGS기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 평균 보수는 연 4125만원이다.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의 사외이사 보수는 5851만원이었으다. 1억원이상 사외이사에게 보수를 주는 기업도 8곳이었다.
자산 총액이 5000억~1조원인 상장사 사외이사 보수는 3211만원, 2500억~5000억원은 2670만원, 2500억원 이하는 2141억원으로 큰 편차를 보였다.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보수가 적은 중소사들의 사외이사 구인난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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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외이사의 사법리스크 부담이라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본처럼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소 제기를 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미국처럼 소송 제기 주주가 다른 주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살펴보는 내용 등이 법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상법을 통해 도입하더라도 소 제기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공고히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