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퇴임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 거침없는 발언과 행보를 보였다. 상법개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직을 걸어서라도 반대한다고 나서는가 하면 기업 분할·합병과 같은 구조개편 개선에 더해 자금조달과 같은 주요 의사결정에도 목소리를 냈다. 역대 금감원장 중 가장 활발히 활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감원장의 정책 발언이 너무 잦다", "월권이다"라는 정치권의 비판에도 "금감원만 의견을 내라 마라 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고 반박했다. 이 원장이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 고집스러운 모습을 나타낸 데 대해 일각에서는 "그만큼 신념이 강한 것 같다"고 해석한다. 이 원장은 "저는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자본시장 선진화, 지배구조 선진화 이슈를 추진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밝혀왔다.
개인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평가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불신해온 공매도에 대해서는 약 5개월 만에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을 구축했고 글로벌IB(투자은행)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글로벌IB 13개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총 836억원을 부과받았다. 과징금 규모는 글로벌IB가 불법 공매도로 얻은 이익의 16배에 해당한다.
기업 구조개편을 추진했던 두산(1,101,000원 ▲48,000 +4.56%)그룹의 분할·합병, 유상증자 논란이 일었던 고려아연(1,666,000원 ▲41,000 +2.52%), 조단위 유상증자를 추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1,410,000원 ▼45,000 -3.09%) 등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두산은 소수주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구조개편안을 수정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는 등 변화도 나타났다.
금감원의 이런 시장개입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소액주주 피해가 우려되는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불공정거래 이슈에도 매번 전면으로 나섰다. 홈플러스 사태 관련 MBK파트너스에 대해 "손실은 사회화시키고 이익은 사유화한다"고 비판하며 전방위로 검사·조사를 진행했다. 고려아연(1,666,000원 ▲41,000 +2.52%)·영풍(53,200원 ▲300 +0.57%) 경영권 분쟁에선 과열된 시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 카드도 꺼냈다.
이처럼 이 원장 취임 이후 시장에 대한 금감원의 영향력과 위상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조직 내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업무 강도가 높아진 데다 대규모 인사 단행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취업 심사가 까다로운 1급 직원으로 승진하기 전에 외부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나타났다. 지난 2월에 5명, 4월엔 7명이 증권사·은행·카드사·가상자산 업계 등으로 대거 자리를 옮겼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원장은 3년 임기를 꽉 채웠다. 윤증현(2004~2007년)·김종창(2008~2011년)·윤석헌(2018~2021년) 전 금감원장 이후 4번째로 임기를 마친 수장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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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사과였다. 이 원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주신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