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반기 가격 변수에서 보여지는 가장 흥미로운 점은 종합주가지수(KOSPI)와 원화 가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지수는 여러가지 이벤트나 굴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저점을 높여가며 사상 최고치인 3800포인트를 넘어선 모습이지만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이후 다시 1400원을 넘어선 후 최근에는 1440원대를 테스트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주가지수와 달리 원화 가치는 하락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까지 우리 주가지수와 원화 가치는 동행하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는 4월까지 주가지수는 2300pt를 하회했고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를 상회했다. 이후 안도감과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지수는 3000포인트를 넘어섰고 환율은 1350원 선까지 빠르게 하락하며 원화 가치가 절상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새정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6월 중순 이후 상승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주가지수와 달리 원화는 추가적으로 절상되지 못하고 횡보하는 흐름을 보이다 지난 7월 중순 이후 오히려 절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두 지표의 엇갈림이 갖는 함의는 무엇일까?
하반기 주식시장 상승의 동인은 기대감이다. 지난 7월 초 상법 개정안과 추경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며 주식시장은 주가 상승세를 더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추경 집행이 본격화되며 체감 경기와 관련 경제지표가 반등하고 반도체 실적 호전 등이 이어지며 주가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하나 주식시장 투자심리에 힘을 보태는 것은 주식시장 부양에 대한 새정부의 여러가지 언급 및 움직임과 이에 조응하는 시장참여자들의 낙관적인 기대다.
반면 지금 환율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불안감이다. 지난 7월 초 상법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던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관세 25%를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며 다시 관세 압박을 본격화했다. 이후 원화는 약세 흐름으로 전환됐다. 미국 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재개되며 달러인덱스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고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도 줄어드는 흐름에 있는 등 주요 환율 결정 요인들이 원화 강세 쪽에 있음에도 원화가 여전히 약세를 보인다. 이는 아직 매듭짓지 못한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더 비중 있게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역 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관세는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등이 선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율이나 수출 경기에 대한 심리지수는 하락하는 모습이다. 9월 수출 증가율이 높게 나왔다고 하지만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10월 이후는 더 악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시야를 조금 더 넓혀 보면,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이 조금씩 커지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재정문제가 불거지며 장기금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고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디플레 조짐이나 신용등급 하락 등인데 이런 흐름을 반영해 최근 주요국들의 CDS spread(신용부도스와프 스프레드: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도가 날 것에 대비해 지급하는 보험 수수료)가 조금씩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외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원화는 이를 조금 더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주가지수가 대내적인 정책이나 이슈에 기반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면 원화 환율은 우리 경제가 처한 대외적 현실의 차갑고 불안정함을 반영하고 있다. 두 가격 변수가 수렴되지 못하고 이례적으로 차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기대가 현실을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는 것을 경계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