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개발업체 대표 A씨. 상품 출시 시점이 임박해 마케팅 자금이 필요한데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사업 수익성 모델(BM)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기관투자자(LP)를 찾아다녔지만 최종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A씨는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해 자금을 유치해야할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A씨처럼 기회를 찾아 투자 귀촌을 고심하는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다. 수도권은 스타트업 자금 조달 유치 경쟁은 심하고 기관투자자(LP) 심사는 깐깐하다. 반면 지방에서 정부 주도로 결성한 펀드는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지 못해 표류하는 실정이다.
31일 밴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신규투자 업체 비중은 지난해 67.8%로 전년(68.9%)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5대 광역시 13.2%,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11.1%로 각각 1.4%포인트, 0.2%포인트 상승했다. 지역에서 새로운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2025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 계획 공고'에 따르면 '지방시대 벤처펀드' 출자예산(잠청)는 2000억원, 민간 자금 매칭을 통한 결성 목표액은 5555억원이다. 지난해 지역 펀드(지역창업초기, 라이콘, 지역혁신 벤처펀드, 지역AC세컨더리 등) 출자예산은 총 1000억원, 결성 목표액은 1668억원으로, 1년 새 총액은 2배로 불어났고 결성 목표액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최근 지방에 투자금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5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역 성장지원 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르면 지역 전용 벤처펀드를 2026년까지 누적 1조 원 이상 신규 공급한다.
지역 AC(액셀러레이터) 세컨더리 펀드 출자규모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개인투자조합에 20% 이상 출자할 때 지자체를 포함한 법인의 출자 허용비율도 30%에서 49%까지 올렸다.
다만 이렇게 조성된 펀드가 실제 투자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력 있는 업체들은 개발자들의 근무여건과 인프라 접근성을 고려해 대부분 수도권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결성된 펀드는 대부분 해당 지역 지자체의 자금이 투입된다. 그렇다보니 해당 지역 소재 기업에 일정 비율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예를 들어 지난 22일 천안시와 크립톤이 결성한 101억원 규모 라이콘 펀드에는 천안시가 7억원(3년간)을 출자한다. 이 펀드 역시 천안 소재 기업에 천안시 출자금의 2배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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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펀드들은 회수율과 투자수익률, 안정성 등을 고민해 알짜 기업을 찾아야한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거나 수익률이 급락한다면 지분율만큼 일정 손실을 LP들에게 보전해주는 '관리보수 삭감 패널티'를 받게 된다. 지방에 대한 LP들의 기대와 정부 펀드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지방에 배정된 사업 예산 감축을 피할 수 없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지역 펀드만 믿고 지방으로 본사를 옮겨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옮긴다고 하더라도 개발자들이 따라올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지방펀드의 결성 목표액이 1년 새 3배가량 늘어난 것은 스타트업의 수도권 포화에 따라 지역 스타트업으로 돈이 몰리게 정책적으로 유도한 정책 결과물로 보인다"며 "하지만 지방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수도권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한다면 실제 투자가 공격적으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