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보상안으로 내놓은 1조6850억원(약 12억 달러) 규모 바우처는 회계상 매출차감 항목에 편입할 계획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보상 바우처가 적용된 개별 거래들에 한해 판매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고객의 거래를 유도하는 한편 유동성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됐다.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번 피해보상 바우처를 인건비나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 같은 영업비용으로 계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고객이 상품을 구매할 때 매출에서 바우처 액수만큼 금액을 차감하기로 했다.
이같은 회계 처리 방식은 이번 1조6000억원 피해보상안의 실체가 현금 배상이 할인 행사 측면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다. 비용 처리는 회사가 돈을 지급하면 끝나지만 매출 차감은 고객의 실구매가 선행돼야만 성립한다. 미국회계기준(US-GAAP)상 '고객에게 지급하는 대가'는 별도의 재화나 용역을 돌려받지 않는 한 매출에서 차감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가격 할인도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Expense)이 아니라 발생할 매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앞서 쿠팡은 전날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피해보상안으로 △쿠팡 전 상품 구매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럭셔리 뷰티·패션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 총 5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제시했다. 피해보상 총액의 80%가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에 집중된 것이다. 여행, 명품 상품 가격대를 감안하면 바우처 사용을 위해 고객이 이를 크게 웃도는 금액을 지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이날 오전 알럭스 홈페이지를 보면 럭셔리브랜드인 몽클레르 브랜드의 패딩이 264만9000원, 스웨터가 101만3000원으로 상품 목록에 올라와 있다.
쿠팡 측은 약 3300만 개의 계정이 무단 접근된 것으로 파악됐으나 실제로 데이터가 유출된 것은 약 3000개 계정에 그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피해보상 규모는 3300만명에게 5만원씩 지급(1조6850억원)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쿠팡 회원을 대상으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전직 내부 직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셨다"라며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의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6개 상임위원회 연석청문회에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 의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현재 해외 거주 중으로 기존 예정된 일정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로 청문회 출석이 어려움을 알려드린다"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