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규모가 400조원에 육박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ETF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ETF 거래대금이 하루 40조원을 넘어서는 등 급증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급 영향은 단기적인 성격이 강해 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이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일평균 ETF 거래대금은 27조2501억원으로 2월(18조4848억원)보다 1.47배, 1월(14조4099억원)보다 1.89배 많다.
이달 들어 ETF 일간 거래대금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 4일 44조3606억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 40조원대를 기록했고, 지난 3일과 5일에는 각각 36조7020억원, 34조2679억원으로 30조원대를 넘기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일은 2001년 9·11테러 당시를 넘어 코스피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날이다.
이는 지난 1월 일간 ETF 거래대금이 9조4000억~26조원, 지난 2월 11조5000억~28조원 수준에서 움직인 것과 대조적이다. 증시 변동성이 다소 완화된 지난 11일과 이날 ETF 거래대금은 각각 18조9585억원, 12조4332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된 배경으로 ETF 거래 급증을 지목한다.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구조상 자금이 몰릴 경우 매수·매도가 특정 종목에 집중되며 지수 움직임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최근 KODEX 200(83,200원 ▼625 -0.75%)이나 TIGER 200(82,860원 ▼945 -1.13%) 등 지수형 ETF 거래가 늘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수형 ETF는 지수 전체를 추종하는 구조인 만큼 자금이 몰릴 경우 지수 움직임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ETF 매매가 늘면 LP(유동성공급자)는 ETF 설정·환매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내 종목을 매매한다. 이 과정에서 개별 종목 가격이 변하고, 이는 다시 지수에 반영돼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지수가 오를 때 더 오르고 떨어질 때 더 떨어지는 동조성 확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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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지난 4일 KODEX 200 거래대금은 5조5604억원으로 이날(12일) 거래대금(8946억원)의 6배가 넘는다. KODEX 200의 최근 10일 평균 거래대금(2조7312억원)보다도 2배 많다. 올해 들어 두번째로 ETF 거래대금이 많았던 지난 5일 3조7047억원으로 평균치를 웃돈다.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에서 ETF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날은 34.68%였으나 변동성이 컸던 지난 4일은 41.06%까지 늘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요인은 단기적인 성격이 강해 거래 규모가 안정되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나 지수가 단기적으로는 ETF 거래 규모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형기·강근재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ETF가 많이 판 종목은 대부분 수익률이 단기적으로 낮았는데,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ETF 수급이 개별 종목이나 지수의 단기적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명확하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는 종목이나 지수 수익률이 ETF 수급이 아닌 펀더멘탈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