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기업엔 유예를"…VC '중복상장 금지' 반대이유는

"벤처 기업엔 유예를"…VC '중복상장 금지' 반대이유는

성시호 기자
2026.04.16 15:44

벤처업계 "피인수기업 상장심사 유연화"
상장협·학계 "유예기간·주주동의 보완을"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성시호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성시호

"혁신적 벤처기업에게는 중복상장 금지 예외·유예를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16일 한국거래소 주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기존 상장사가 투자한 자회사의 상장이 막힌다면 벤처 생태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수합병(M&A)이 벤처투자 자금회수 방법으로 정착한 미국 등 선진시장과 달리 한국은 IPO(기업공개) 의존도가 50%를 상회하는 실정이다. 특히 신사업을 찾는 대기업·중견기업은 이미 국내 벤처기업 매물을 대거 흡수하는 큰손으로 자리잡은 터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벤처투자업계는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방침의 최대 영향권으로 거론됐다. 획일적인 중복상장 제한이 발생할 경우 벤처캐피털(VC) 자금회수 기대감이 급감하고, 결국 투자 기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안 부회장은 우려했다.

사업분야가 다른 모기업에 각각 인수된 뒤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도 중복상장 논란에 휩싸이며 심사가 늦어진 기업들의 사례가 속속 전해지면서 업계 전반의 불안감은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이날 세미나에선 모회사 일반주주가 중복상장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밝힌 거래소 방침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상장을 안 하면 일반주주가 보호되는지, 동의하면 보호가 이뤄지는지 의문"이라며 "자회사 현금흐름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당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소가 지배·종속관계나 수직계열관계에 있는 자회사에 대한 상장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실에선 종속회사더라도 지배회사가 실제로 지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주주는 전문적으로 사안을 평가하고 단일 의사를 모으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래 이사회가 존재하는데 주주총회에 떠넘기는 것은 우려되는 면이 있다"며 "거래소 방안에 더해 독립이사회의 의결과 독립자문기관의 의견을 징구·심사하면 어떻겠냐"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중복상장 문제가 공론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소급 문제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며 "과거의 제도와 환경을 신뢰하며 상장을 전제로 투자한 벤처캐피털이나 FI(재무적투자자)의 신뢰를 보호할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은 "IPO·성장투자 일선에서 보면 기업들이 급작스러운 정책변화에 굉장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시장·규모별 유예기간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현승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0~2024년 비금융 중복상장사 261곳의 모회사 주가 수익률은 상장 6개월 뒤 평균 10.8%, 중앙값 기준 16.2% 하락했다"면서도 "투자 위축 가능성은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복상장 원칙금지' 주요 보완의견/그래픽=이지혜
'중복상장 원칙금지' 주요 보완의견/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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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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