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글로벌 인터뷰]
한동훈 앰플리파이 아시아총괄 상무 인터뷰
'2경(京) 美 ETF 시장' 단일레버리지는 니치마켓
전체 0.21% 불과, 개인의 직접 매수 거의 없어
미국은 운용사 특장점 반영한 상품 출시 다수
"ETF=지수추종" 공식 없이 '책임운용' 방식
韓도 완전액티브 도입해 ETF 개념 확장할 때

올해 5월27일 상장한 뒤 국내 증시 이슈를 집어삼킨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미국에서는 전체 ETF 운용자산의 0.21%에 불과한 틈새시장이라는 현장 진단이 나왔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쉽게 투자하는 상품이 아니라 금융사 PB(프라이빗뱅커)를 통해 접하는 데다 투자자의 선택도 많이 받지 못해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운용사는 상품 설계에 신중을 기하고 투자자는 ETF에 중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접근해야 ETF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앰플리파이(Amplify ETFs)의 한동훈 아시아담당 상무는 올 상반기 운용자산(AUM) 500조원을 돌파한 국내 ETF 시장에 대해 "상품을 설계·제조할 때 더욱 신중히 하고 투자할 때는 주식 대용이 아닌 중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접근해야 ETF 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앰플리파이는 삼성자산운용이 2022년 지분 20%를 인수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올해 9월까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브랜드를 달고 국내에 출시된 앰플리파이 ETF는 모두 9개, 운용자산은 2조원에 달한다. 반대 방향의 협업도 활발하다. 삼성자산운용이 ETF 아이디어를 내면 앰플리파이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상장하고 실제 포트폴리오 운용은 삼성자산운용 뉴욕법인이 맡는 방식이다.
한 상무는 최근 1년간 한국 ETF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대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우리나라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급격히 늘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식투자 문화가 보편화됐다"고 짚었다. 한 상무는 "금융투자를 통한 부 축적의 열망과 쉽게 접근이 가능한 ETF 시장 구조가 맞아떨어져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이라며 "일반 주식으로 채워질 수 없었던 개인투자자의 수요가 ETF 열기로 발현됐다"고 진단했다.
한 상무는 "사모펀드·뮤추얼펀드가 소수의 투자자를 위한 전유물이라면, ETF는 금융투자 문턱을 낮춰줌으로써 자산확대의 기회를 주는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특히 한국은 매달 신규 ETF들이 나올 정도로 신상품 공급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앰플리파이는 한국에서 인기를 끈 'Top10' 상품 구조를 본떠 아시아메모리Top10, 로보틱스Top10 ETF를 내놓기도 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에 실시간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ETF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미국은 노후 대비 연금 계좌인 '401(k)'에서 실시간 ETF 거래가 제한적인 반면 한국은 IRP(개인형퇴직연금)·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계좌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서도 실시간으로 ETF를 거래할 수 있다. 한 상무는 "미국 401(k)는 대부분 TDF(타깃데이트펀드)가 많고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횟수도 제한한다"며 "반면 한국은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어 퇴직연금 계정에서도 ETF 거래가 상당히 활발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시장을 강타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서는 "미국에도 있긴 하지만 비중이 상당히 작다"고 짚었다. 미국 전체 ETF 시장 규모는 약 16조2230억달러(약 2경2441조원)이고 이 가운데 레버리지 ETF는 1800억달러(249조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340억달러(47조원)로 전체의 0.2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 상무는 "인기가 많았다면 단일종목 운용자산이 커졌겠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은 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니치마켓(틈새시장)' 수준"이라며 "500여개 운용사 중 10여개 회사만 취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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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해외에서 제도화된 상품이라는 점을 근거로 출시를 추진했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사실상 PB 채널을 통해서만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한 상무는 "개인이 직접 종목·상품을 선택하는 일반 WM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가입이 거의 없다"며 "은행·증권사 PB 채널을 통해 상품을 추천받은 개인투자자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가입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개인투자자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PB에게 상품을 추천·제안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ETF가 PB 채널에서 판매되기까지 금융사별 상품 심사가 깐깐하고 절차도 까다롭다.
한 상무는 대형사 중심의 '슈퍼마켓식' 상품 공급과 운용사 간 치열한 경쟁도 한국 ETF 시장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의 대형 ETF 브랜드라면 모든 라인업을 갖춰야 하다 보니 상품 자체가 많은 편"이라며 "미국은 운용사가 ETF로 돈을 벌려면 최소 1000억원의 마진이 나야 하는데 한국은 상품 설계·제조부터 ETF 상장·운용·상장폐지까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ETF 상장 전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미국보다 실질적인 규제 수준도 낮다는 평가다.
한 상무는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완전 액티브' ETF를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봤다. 미국에서 액티브 ETF는 벤치마크 지수를 따라가야 할 의무 없이 운용할 수 있다. 한 상무는 "현재 한국의 액티브 ETF는 지수 추종 의무가 조금 완화된 '패시브 상품'에 가깝다"며 "액티브 운용사가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 있기 때문에 'ETF=지수추종'이라는 인식에서 나아가 운용사들이 책임지고 운용할 수 있는 실질적 의미의 액티브가 나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상무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도 ETF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채권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의 장기채 발행에 따른 미국 국채 수요 감소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꼽았다. 한 상무는 "이런 환경에서도 미국 20년짜리 커버드콜로 방어하는 상품이 나오는 등 ETF로는 어떤 시장 상황에도 대응할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최근에는 S&P·나스닥 등 대표지수 ETF 거래대금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초단기채·커버드콜 상품도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